농우바이오 품에 안은 농협… ‘종자주권’ 확보 새 싹 틔워

  • 동아일보

정부 ‘10대 종자강국’ 프로젝트 탄력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가 국내 1위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를 인수하면서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종자산업은 ‘농업의 반도체’로 고부가산업인 데다 식량주권의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최근 농우바이오의 매각주간사회사인 얼라이언스캐피털파트너스(ACPC)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농협은 이달 23일 이사회를 열어 인수를 결정한 뒤 실사를 거쳐 7월 말 인수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농협은 이번 인수로 종자주권을 지키고 글로벌 종자전쟁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 농우바이오 인수로 종자주권 지켜

농우바이오는 고추 토마토 양배추 등의 종자를 판매하는 국내 1위(시장 점유율 27%·매출액 기준) 업체다. 창업주인 고희선 명예회장이 지난해 8월 갑작스럽게 별세한 뒤 유족들이 12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농우바이오를 매각하기로 했다.

농우바이오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때 국내 굴지의 종자기업들이 줄줄이 다국적기업에 팔려나간 점을 떠올리면서 이번에도 자칫하면 ‘종자주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1997년에는 종자업계의 2위였던 서울종묘가 스위스계인 노바티스에 팔려나갔고, 노바티스의 농업부문이 스위스의 신젠타에 합병된 뒤 현재 스위스계 회사가 됐다. 당시 4위였던 청원종묘 역시 일본의 사카타에 팔렸다. 또 1998년 종자업계의 1위와 3위였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가 멕스코계인 세미니스(현재 미국의 몬산토에 인수)에 팔렸다.

하지만 농우바이오는 토종 기업이 되기를 택했다. 농우바이오 역시 외환위기 때 해외 자본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유치 제안을 받았지만 고 명예회장은 농우바이오만이라도 토종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면서 이를 거절했다.

농우바이오는 이후 매출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전체 직원의 3분의 1인 약 170명을 R&D 인력으로 채용하는 등 R&D에 힘을 쏟았고 종자산업을 키우는 정책 등에 힘입어 국내 1위 종자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농협이 이번 입찰에 써낸 가격은 2953억 원. 전체 지분의 52.82%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통상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의 20∼30%만 인수하는 것에 비해 지분 52% 인수로 과감한 베팅을 한 셈이다.

이는 농협이 종자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종자산업 전쟁에도 뛰어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이 농협종묘를 통해 종자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점유율이 4%에 그친다. 반면 농우바이오는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한편 중국 미국 미얀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해외 현지 연구소가 있다. 연구소는 총 200만 m²에 이르는 농장도 보유하고 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는 “농협이 외환위기 이후 좀처럼 오기 힘든 기회를 잡았다”며 “농협은 종자산업이 지니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매각주간사회사 역시 사모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보다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종자산업 경쟁력 강화 주목

2012년 동부그룹이 몬산토코리아의 종자사업을 인수한 데다 농협도 농우바이오를 인수하면서 국내 종자산업 경쟁력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종자시장의 규모는 450억 달러에서 2020년 165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 10대 다국적기업들도 1996년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14%에 그쳤는데 2007년 67%로 늘리는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 불리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종자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약 50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10대 종자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국내 종자산업은 채소와 곡물에 치우쳤는데 과일과 화훼 등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며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 종자기업이 협력해서 세계 종자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농우바이오#농협#농협경제지수#종자산업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