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사면초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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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 채권단 압박… 신용전망 잇단 하락
갚아야할 빚 눈덩이… 자산 매각 지지부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금융당국이 동부그룹에 자산 매각 등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11월 자구계획을 내놓은 뒤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채권은행들로부터 지원받고도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당국이 직접 조율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당국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국의 압박에 동부그룹은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 금융당국, “구조조정 속도 늦다” 경고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진태 동부건설 사장 등 동부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진 3명을 불러 자구계획안의 신속한 이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시기를 놓치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점을 인식시켰다”며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현 상황이 과거 동양그룹과 다를 바가 없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동부그룹의 자구책 이행과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하이텍 지분 등을 팔아 3조 원가량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동부그룹이 지금까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50.1%를 매각하기로 KTB사모펀드(PE)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금융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업체인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선 동부CNI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동부그룹이 최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파는 ‘패키지 딜’에 난색을 보인 것이 금융당국의 개입을 부른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패키지 딜 방식의 매각 방침에 대해 “각각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경쟁을 붙이면 더 많은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동부그룹의 이 같은 태도가 매각을 지연시켜 전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동부그룹, “자구계획 예정대로 진행”

채권단에서는 동부그룹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계열사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동부건설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1942억 원으로 자본금(1934억 원)의 6배가 넘었다. 지난해에만 178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617.5%까지 상승했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1405억 원의 적자를 내 4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이 두 회사가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2조406억 원에 이른다. 이달에만 1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고 5, 6월에 1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동부그룹의 현금 흐름을 감안하면 상반기(1∼6월)에 자구계획 이행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 측은 지난해 발표한 자구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여러 자산을 한꺼번에 매각하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경영권에 연연해 지지부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동부하이텍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외 주요 기업에 인수제안서를 보내고 공개 매각에 착수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KTB PE와도 조만간 본계약을 할 예정이다. 동부그룹은 최근 채권단에 동부메탈 대전기술원, 동부팜한농 울산 비료공장 부지 등의 자산을 팔아 50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내용의 수정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기존에 동부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게 먼저”라며 수정 계획안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상훈 january@donga.com·김지현 기자
#동부#자산 매각#동부그룹#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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