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현대카드, “스펙NO, 가능성만 봅니다”… 과감한 인사실험

  • 동아일보

“스펙을 넘어 지원자의 잠재력과 다양성에 주목하라.” “회사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파는 것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인재경영은 신입사원 채용에서부터 차별화된다.

현대카드·캐피탈은 기존에 해오던 일반전형의 채용 방식 외에 새로운 채용 제도인 ‘스페셜 트랙’을 도입했다. 학점이나 어학성적, 공모전 수상 경력, 인턴 경험과 같은 이른바 ‘스펙’이 뛰어나지 않아도 자신만의 색깔과 특기를 가진 지원자를 뽑는 제도를 새로 마련한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학을 중퇴하고 인턴 경력도 없는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가 우리 회사에 지원했다면 과연 뽑혔을까’라는 질문에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스페셜 트랙에서는 일반전형에서 검증하는 심사요소를 배제하고 지원자가 쌓아온 특정 부분의 역량과 성과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학점이 낮아도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기고한 적이 있는 물리학도나 세계적 광고제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지만 스펙이 낮아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사람 등이 지원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괴짜나 엉뚱한 사람을 뽑는 건 아니다”라며 “자신의 특징과 장점을 갖기까지 쌓아온 시간과 열정, 역량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사실험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현대카드·캐피탈은 그동안 금융권을 넘어 호텔리어, 작가, 미술 큐레이터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인재를 경력직 채용을 통해 뽑아왔다. 회사 관계자는 “스페셜 트랙은 회사가 추구해온 인적 다양성의 가치를 더 진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인사실험은 ‘잡 셀링(Job Selling)’과 ‘잡 페어(Job Fair)’로도 이어진다. 신입사원 교육기간 중 약 2주 동안 먼저 잡 셀링이 진행된다. 사내 각 부서의 임직원들이 모두 나서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자기 조직의 역할과 비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입사원은 어떤 조직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신은 그 조직에서 어떤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 이해할 기회를 갖게 된다. 잡 셀링 기간이 끝나면 사내 채용 박람회 형태의 잡 페어가 진행된다. 신입사원들은 관심 부스를 찾아가 해당 부서가 원하는 직무능력을 확인하는 한편 본인의 강점과 특징을 어필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 처음 시행된 잡 페어에는 팀장급을 포함해 총 100여 명의 직원들이 참가해 신입사원들과 일대일 상담을 했다. 잡 셀링과 잡 페어 이후 신입사원이 원하는 부서와 현업 부서에서 원하는 신입사원이 절반가량 일치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신입사원의 80%이상이 본인이 희망하는 1∼3지망 이내 부서에 배치됐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에 대한 관점을 바꿔 신입사원의 부서 배치에 시장 원리를 도입한 것”이라며 “신입사원과 부서가 모두 윈-윈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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