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CAR]아우디A3 세단이 불지른 작은 고급차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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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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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갑오(甲午)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자동차 시장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작은 고급차’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작은 고급차라면 미니 쿠퍼나 폴크스바겐 비틀처럼 독특한 취향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동차로만 여겨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이라는 의미를 크기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라 크기가 작으면서 고급이라는 것은 특이한 것으로만 간주됐었다. 점잖고 우아한 분위기는 소형차가 범접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차들은 다르다. 올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아우디 A3 세단(사진)은 작은 고급차 시장을 여는 신호탄 같은 존재다. A3는 원래 아우디의 해치백 모델로 나왔지만, 유행이 변화하다 보니 세단도 라인업에 추가됐다. 최근 들어서는 해치백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작은 세단’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관용차나 회사 차, 택시가 아니면 3박스 모양의 세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큰 차는 필요 없지만 우아한 분위기는 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인기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말에 등장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신모델 CLA클래스도 소형의 고급 세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원래 가장 작은 A클래스를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둔 모델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노선을 바꿔 고급스러운 소형차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나온 A클래스 해치백이 그 첫 번째 모델이었다. CLA클래스는 A클래스를 기반으로 만든 세단이다. E클래스를 베이스로 쿠페처럼 날렵하게 디자인해 만들어 CLS클래스의 ‘미니미’를 연상시킨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CLA클래스를 북미 시장에 론칭한 이래 큰 성공을 거둬 BMW에 내줬던 고급 자동차 부문 판매 1위 자리를 2년 만에 되찾는 데 성공했다. CLA클래스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중 가장 많이 팔린 차였으며 그중 75%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를 처음 사는 고객이었다. 아이디어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 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도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가장 큰 차종이 베스트셀러였지만, 최근에는 BMW 5시리즈가 부동의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중형 차종이 많이 팔린다. 클수록 많이 팔리는 역피라미드 형태에서 중형 차종이 많이 팔리는 다이아몬드 형태로 시장 구조가 변화한 것이다. 또 젊은층이 수입차에 눈길을 돌리면서 소형차 시장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고급=대형’이라는 등식이 수입차 시장에서부터 깨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 돈이면 그랜저를 사는데 왜 소형 수입차를 사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고급 소형차를 타는 사람들은 “수입차를 타고 싶어서”가 아니라 “큰 차는 필요 없지만 우아함과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어서”라고 구매 이유를 말한다. 사치와 현명한 소비의 경계가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신동헌 남성지 ‘레옹’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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