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번호 콕 찍어준다고?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1월 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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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분석해도 결론은 ‘814만 분의 1’ 확률…헛된 꿈에 기대지 않아야 행복

지구상에서 복권의 역사는 기원전 고대 이집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복권시대가 열린 계기는 1969년 시작된 주택복권이었다. 그리고 11년 전인 2002년 12월부터 구매자가 번호를 직접 선택하는 형식의 로또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많은 사람이 가슴 졸이며 대박의 행운을 고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로또 가운데 대표 격인 나눔로또는 45개 번호 중 6개를 정확히 맞혀야 1등에 당첨되는 방식이다. 사실 45개 번호 가운데 무작위로 6개를 골라내는 경우의 수는 814만5060개나 되므로, 당첨번호를 정확히 맞히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비유하자면 두 눈을 가리고 80kg 쌀 한 가마니에 든 흰쌀 중에서 검은쌀 한 톨을 뽑아내는 확률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로또 번호 예측 업체 성황

최근 2년간 1등 당첨자 수 통계에 따르면 매주 평균 7명 정도가 1등에 당첨되고 있다. 1등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인 점을 고려하면, 한 주에 무려 7명이 1등에 당첨된다는 것을 경이로운 기록으로 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론 부정의 여지를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또는 주당 평균 5700만여 장 판매된다. 매주 평균 7명이 1등에 당첨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로또 당첨자 통계는 정확히 확률의 법칙 안에서 흘러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상에는 로또 번호 예측 업체가 적잖이 성황을 이룬다. 이 업체들은 과거 1등 당첨번호를 분석해 다음 주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은 번호는 과감히 버리고, 가능성이 높은 번호 가운데 6개를 고르면 1등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유료회원을 모집해 회비를 받고 그 대신 1등 예상 번호를 다수 생성해 회원에게 발송한다.

이 업체들은 자신이 발송한 예상 번호 가운데 실제 1등 번호가 나온 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일반 소비자를 현혹하는 가장 좋은 ‘미끼’다. 업체 유료회원 가운데 실제 1등 당첨자가 나오고 있어 일반 소비자가 현혹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확률과 통계 눈으로 보면 진실은 간단하다. 어떤 업체가 번호 814만 개를 생성해 유료회원 81만4000명에게 10개씩 고루 발송했다면, 회원 가운데 1명은 반드시 1등에 당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자. ‘다음 주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은 번호’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예컨대 지금까지 시행된 총 576회(2013년 12월 20일 기준)의 로또 당첨번호를 조사한 결과, 45개 번호 가운데 가장 자주 나온 번호는 1(19.4%·576회 중 112회)이고 가장 자주 나오지 않은 번호는 9(12.1%·576회 중 70회)다.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는 1번이 과도하게 나왔으므로 앞으로 1번보다 9번이 더 자주 나올 것’이라는 식의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다음 주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은 번호’라는 것도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추측은 한 가지 비현실적인 가정을 안고 있다. 주어진 기간에 당첨번호로 뽑히는 빈도가 동일해야 한다는 가정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7년 뒤 열릴 로또 900회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가정을 하나 해보자. ‘총 900회의 로또 가운데 45개 번호는 반드시 동일 횟수만 나와야 한다’는 가정이 있다면 각 번호는 정확히 120회만 나와야 한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향후 7년간 진행될 324회 로또에서는 1번이 8회만 나오고, 9번은 50회 나와야 한다. 즉 1번은 앞으로 당첨 가능성이 가장 적고 9번은 당첨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번호인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45개 숫자는 똑같이 120회만 나와야 한다’는 비현실적 조건하에서만 성립하는 경우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조건부확률이라고 한다. 즉, 이 경우 9번의 조건부확률은 1번의 조건부확률보다 높다는 말이 성립한다.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보자. 실제 로또에서 이러한 조건부확률은 전혀 의미가 없다. 위의 가정 같은 조건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주사위를 600회 던졌을 때 6개 번호가 정확히 100번씩 나오지 않는 이치와 같다. 다음 주 45개 각 번호의 당첨 확률은 비(非)조건부인 독립확률이며, 항상 13.33%로 일정하다. 다시 말해 이전까지 어떤 번호가 많이 뽑혀 나왔는지에 관계없이 앞으로 나올 번호는 항상 비조건부확률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다음 주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은 번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 비조건부확률을 따르는 로또라도 무한히 반복하면 45개 번호가 실제 당첨번호에 포함되는 비율이 이론 확률인 13.33%로 수렴하게 된다. 이를 확률론에서는 대수의 법칙이라 한다. 물론 이 법칙은 ‘무한히 반복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 이 ‘무한대’의 엄청난 위세 앞에서 다음 회 번호를 예상하는 작업은 의미를 잃고 마는 것이다.
당첨의 꿈 버리지 않는 사람들

서울의 한 복권 판매점.
서울의 한 복권 판매점.
로또 번호 예측 업체의 주장 가운데 1등 당첨번호의 합을 이용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6개 예측 번호 합이 90 이상이 되는 경우만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대부분(576회 중 538회)이었다는 사실을 든다. 확률 이론적으로도 당첨번호 총합이 90 이상인 확률은 약 94%다. 따라서 6개 번호의 합을 90이 넘도록 만들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들 업체 논리다.

정말로 그럴까. 여기에도 조건부확률의 덫이 숨어 있다. 6개 번호의 합이 90 이상인 경우를 조건으로 한다면, 그 경우의 수는 약 781만 개다. 따라서 이 조건 안에서 1등이 나올 확률은 781만 분의 1이다. 원래 1등 확률인 814만 분의 1과 비교하면 더 높은 확률 아니냐고? 하지만 781만 분의 1은 조건부확률이고 814만 분의 1은 비조건부확률이다.

다음 주 1등 번호의 합이 90 이상일 확률은 약 94%고 그렇지 않는 경우는 6%지만, 현실에서는 다음 주 1등 번호의 합이 90 이상일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그 경우의 확률인 94%를 781만 분의 1인 조건부확률에 곱해야만 다음 주 1등 번호 예측 확률이 나온다. 결과는? 비조건부확률인 814만 분의 1과 정확히 일치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6개 예측 번호의 합이 90 이상인 경우만 노린다고 해서 특별히 1등 당첨 확률을 높일 수는 없다. 1등 번호의 합이 90 미만이면, 90 이상을 노린 사람이 가진 6개 예측 번호는 절대 당첨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복(福)이 계산 가능한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좋은 운수’를 받아낼 묘책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로또 번호 예측 업체의 논리는 일견 그럴싸해 보일 수 있지만, 조건부확률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허구다. 어떤 방법을 써도 1등 당첨 확률은 비조건부확률인 814만 분의 1일 뿐이다. 그럼에도 1등 당첨의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헛된 꿈에 너무 기대지 않아야 행복하다. 어쩌랴, 지난해에는 안 좋은 일이 많았으니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리라 믿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것을.

김현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 h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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