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영록 씨(31)는 최근 한 증권사에서 특별 판매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연 4.10%의 수익률을 약속한 데다, 만기를 3개월∼1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데 매력을 느꼈다. 김 씨는 “일반 예금은 금리가 너무 낮고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은 위험부담이 커 특판 상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반짝 판매하고 사라져 ‘신데렐라 금융상품’으로 불리는 금융사의 특판 상품이 꾸준히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특판 상품을 찾는 것이다.
다만 시중 은행과 증권사들이 최근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과거보다 특판 상품 출시를 줄이고 있는 만큼, 발 빠르게 정보를 입수하는 게 필수다.
이벤트 특판 상품 인기몰이
KB국민은행은 최근 출시한 ‘박인비 캘린더그랜드슬램 기원예금’은 출시하자마자 3만3000여 명의 예금자가 몰려 6000억 원 한도가 9일 만에 소진됐다. 박인비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경우 연 0.3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 최대 연 3.00%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었다.
안타깝게도 우승컵을 놓쳐 금리 혜택은 받지 못하게 됐지만, 그만큼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앞서 외환은행은 박희영 선수의 LPGA 우승 기념으로 연 0.5%포인트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외화정기예금을 내놓아 출시 이틀 만에 한도를 모두 채워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영화 흥행과 연계된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월 11일까지 시네마 정기예금 ‘소원’을 판매하고 있다. 기본금리는 연 2.70%이지만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면 0.08%의 금리를 추가로 얹어 준다. 앞서 하나은행은 영화 ‘관상’의 흥행 결과에 따라 최대 연 2.85%의 금리를 적용하는 ‘하나 Movie 정기예금 관상’을 최근 출시, 판매 5일 만에 200억 원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과거 금리가 높던 시절에는 은행들이 급하게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특판 상품을 내세우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홍보 차원에서 눈길을 끌기 위한 이색적인 이벤트 성격이 강해졌다. 기업은행이 올 초 소속 여자 프로배구단이 우승하자 3000억 원 한도로 최고 연 3.42%의 특별 예금을 판매한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특판 상품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주요 시중 은행에서 취급하는 특판 상품은 우리은행의 시네마 정기예금 정도다. 한화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이 연 3%대 초반 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상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지점이 많지 않아 가입하기 쉽지 않다.
은행들은 스포츠나 영화 관련 이벤트를 꼼꼼히 챙기거나 해당 은행 창립일이나 국경일 등 기념일에 맞춰 특판 상품을 출시한다. 기회가 많지 않고 출시 며칠 만에 마감되기 때문에 꼼꼼히 챙기는 게 필수다.
증권사 ‘RP 특판’ 경쟁
시중 은행들의 ‘특판 가뭄’ 틈새를 최근 증권사들이 치고 들어오고 있다. RP란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원금보장이 100% 되진 않지만, 증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적어 저금리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과 달리 가입한도가 최소 500만∼1000만 원 가량으로 높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KDB대우증권은 1월부터 연 4%의 RP 특판을 시작해 6000억 원 넘는 투자금을 모았다. 매주 월요일에 120억 원 한도로 판매가 이뤄지는데 경쟁률이 높아 투자 신청을 해도 2,3주가량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삼성증권은 원금을 보장하면서 성과에 따라 최대 연 5%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RP 특판을 11월까지 5000억 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NH농협증권, SK증권, 현대증권 등도 비슷한 RP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증권사들은 당장 RP 특판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통해 모집한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낮아진 뒤로,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원금 보장 성격이 강한 RP 특판상품이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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