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서서히 가속기 발떼기… 한국주식 상승 지켜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실현된다면…

최근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이슈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850억 달러(약 92조 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며 금융시장에 돈을 풀어왔다. 채권 매입 금액을 100억 달러 이상 줄여 경기 부양 규모를 축소하는 게 양적완화 축소의 핵심이다.

당초 한국의 추석 연휴 기간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개시를 발표할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빗나갔다. 버냉키 의장은 “6월 이후 경제지표가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양적완화를 유지한다. 경제회복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긴다면 올해 말에 축소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기가 미뤄지기는 했지만 미국 정부가 시장에 푸는 돈의 양을 줄일 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예정된 사건이긴 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다. 미국이 풀었던 돈이 들어간 곳이 많기 때문.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재테크 전략에도 중요한 참고 사항이다. 미국 국채와 주식에 투자한 사람, 신흥국 시장에 투자한 사람 그리고 한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까지,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금융 자산 중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동아일보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으로부터 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해 유념해야 할 점과 재테크 전략을 들어봤다.

양적완화 축소,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버냉키 의장이 밝혔듯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양적완화 축소가 임박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회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시된 경기 부양 정책의 효과로 미국 경제의 민간 부문은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앞으로 연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 물가도 점점 오르고 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투자자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일부 발 빠른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빼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모든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급격한 이동할 가능성은 적다.

오인석 KB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은 “미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정부 부채를 줄이는 것”이라며 “부채를 줄인다는 것은 국채 발행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금리 상승을 억제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의 금리가 오르는 건 예정된 일이지만 성급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미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판단할 주요 지표로 실업률을 본다. 미국 정부가 목표로 잡은 실업률은 6.5%인데 8월 현재 실업률은 7.3%이다. 실업률은 내년 상반기에 7%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성호 우리은행 WM사업단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쯤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투자 보류, 한국 시장은 관심 가져야

금리 상승보다 투자자들의 피부에 먼저 와 닿을 양적완화 축소의 여파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다. 송재원 신한PWM 여의도센터 PB팀장은 “그동안 거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넘쳐나던 자금들이 고수익을 찾아 신흥국 시장에 많이 유입됐는데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이 자금들이 다시 선진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고인플레이션이 높은 국가들의 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가 빠져나가면 이들 국가 통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제조업이 강하다면 환율 약세가 경상수지 적자를 흑자로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겠지만 대부분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문제다.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센터장은 “당분간 신흥국의 주식에 추가 투자를 하지 말고 이미 투자한 사람은 비중을 줄이라”고 권유했다.

한국 시장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을 받는다. 다행히도 한국 시장이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신흥국 시장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다. 오히려 정부는 급격한 외화 자금 유입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견고함이 확인된다면 주식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서면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성호 애널리스트는 “내년 한국 경제는 성장세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며 “경기 회복기에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이 주식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해도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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