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중독자들 한자리에 모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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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 데모 데이 행사장에 마련된 47개 창업팀의 홍보 부스가 구경온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프라이머 데모 데이 행사장에 마련된 47개 창업팀의 홍보 부스가 구경온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창업에 ‘중독’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프라이머 주최로 지난달 31일 서울대에서 열린 데모 데이에서 15개 창업 팀이 데뷔 무대를 가졌다. 초등학생 시절 옆 동네에서 싸게 산 장난감 구슬을 친구들에게 팔며 장사에 눈을 뜬 대학생, 내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회사원 등 이력은 다양했지만 창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프라이머는 1세대 벤처기업가 5명이 후배 창업가들을 키우기 위해 만든 민간 창업지원센터다. 온라인 전자결제 소프트웨어 업체인 이니시스를 창업한 권도균 씨,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창업자 이재웅 이택경 씨,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 등이 의기투합했다. 최근 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제품과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데모 데이가 속속 열리고 있지만 프라이머는 벤처 1세대가 직접 참여하고 창업교육까지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지난달 31일 서울대에서 열린 프라이머 데모 데이 행사에서 올라웍스를 창업한 류중희 인텔 상무, 김봉진 우아한형제 대표(오른쪽부터) 등 선배 창업가들이 무대에 올라 후배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다. 프라이머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대에서 열린 프라이머 데모 데이 행사에서 올라웍스를 창업한 류중희 인텔 상무, 김봉진 우아한형제 대표(오른쪽부터) 등 선배 창업가들이 무대에 올라 후배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다. 프라이머 제공
이날 데모 데이에서는 프라이머의 창업교육 프로그램 ‘엔턴십’(기업가를 뜻하는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와 인턴십의 합성어)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9개 팀과 프라이머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6개 팀이 각각 5분 동안 사업을 소개했다. 다른 창업가와 투자자, 정부 관계자 등 35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재미있는 동영상을 모은 페이스북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세웃동)’을 운영하는 몬캐스트는 13 대 1의 경쟁을 뚫고 엔턴십 ‘톱10’에 선정됐다. 이 팀은 프라이머가 엔턴십 참가팀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 투자대회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모으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권도균 프라이머 공동대표는 “세웃동 동영상의 재생 건수는 월 1억 건에 이른다”며 “이미 시장에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은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남대광 몬캐스트 공동대표는 어려서부터 장사에 관심이 많아 대학 입학 후 노점상, 의류 온라인 쇼핑몰, 교육서비스 앱(응용프로그램) 등의 사업 아이템으로 여러 차례 창업했다. 그는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통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이 창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유명 요리사의 레시피와 필요한 음식 재료를 한꺼번에 배송해 주는 ‘테이스트샵’의 김규민 대표는 엔턴십 모의 투자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엔턴십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지만 사업 아이템을 바꿔 올해 재도전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내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배 창업가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발표에 참가한 15개 팀을 포함해 총 47개 팀이 각자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스타트업 마켓’도 열렸다.

권 대표는 “행사에 참가한 팀의 대부분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이디어 하나만 있는 수준이었다”며 “이런 ‘창업 씨앗’들이 새싹을 틔울 수 있도록 기회를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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