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승자되려면? 亞신흥시장 ‘역(逆)트렌드’ 알아야

  • 동아경제
  • 입력 2013년 7월 26일 11시 41분


코멘트
아시아 신흥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언스트&영(Ernst&Young)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세계 총 소비의 14%를 차지한 아시아시장은 2020년에는 25%로 성장할 전망이다. 매킨지 컨설팅은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 가구가 현재 각각 1400만 가구, 6300만 가구에서 2020년에는 각각 1억 6700만 가구, 1억 17만 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아시아 신흥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올, 루이비통, 랜드로버, 스와로브스키 등 소비재 브랜드들은 부를 과시하려는 중국의 신흥 중산층을 겨냥한 ‘럭셔리 체험형’ 온오프 전시매장을 열었다. 존슨즈 베이비는 중국에 수유시설에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 지난해 8월 직장 내 수유시설 설치 캠페인을 벌였다.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도 인도의 저소득층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2011년부터 7개 주에서 ‘홀릭스 건강운동’을 시작, 70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을 마이크로 유통업자로 키웠다.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 토착기업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인도 금융서비스회사 에코(EKO)는 해외 이주 노동자 1억 2000만 명이 가족에게 편리하게 송금할 수 있도록 동네 구멍가게 안에 ATM서비스를 개설했다. 방글라데시의 사회적기업 그리노베이션 테크놀로지는 식물성 건축자재 ‘주틴(jutin)’을 개발, 지난해 국제과학기술혁신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주틴은 천재지변 대피에 필요한 임시가옥 건축자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각축이 치열한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해 영국의 글로벌 트렌드정보사 트렌드워칭닷컴(www.trendwatching.com)이 최신 비즈니스 사례를 담은 아시아 트렌드 리포트를 선보였다.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리포트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시장에서 떠오르는 트렌드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몽골 등 아시아지역 소비문화 트렌드 40여 가지를 상세하게 다뤘다.

트렌드워칭닷컴의 리포트 가운데 아시아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역(逆)발상으로 성공한 몇 가지 독특한 사례를 소개한다.

#역트렌드1. 인맥사회 ↔ 익명사회(Strange Perpect) 트렌드

헬무트 슈테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명예교수는 1998년 아시아 지역민 특유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기반한 ‘아시아 욕구단계설’을 발표했다. 슈테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은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생리적 욕구-안전에 대한 욕구-애정에 대한 욕구-자기존중에 대한 욕구-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과 달리, 자아실현 욕구 상위에 사회적 존경과 우월함에 대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기존 사회적 관계와 속박을 벗어나려는 아시아인들의 욕구에 맞춘 틈새시장도 생기고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단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가벼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 : 중국・인도 모바일 앱 ‘모르는 사람과 친구 맺기’

아시아권에서 출시되고 있는 ‘모르는 사람과 친구 맺기’ 앱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 8월 중국에서 출시된 위치기반 앱 ‘모모(陌陌・모르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 2012년 4월 출시된 '위쳇(WeChat)', 같은 해 11월 인도에서 출시된 코파(Kopa)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베이징 기반의 앱 모모는 GPS를 활용해 근처에 있는 다른 사용자를 찾아 친구신청을 할 수 있다. 2013년 상반기 모모의 사용자 수는 230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 형 카카오톡 위쳇으로 ‘흔들기(shake)' 기능을 사용하면 반경 800미터 이내의 사용자들이 자동 연결된다. 인도 방갈루루에 기반한 코파는 교통편 공유 앱으로 근처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같은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을 찾아 교통편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역트렌드2. 해외이민 ↔ 역이민(Remigrant) 트렌드

아시아인들은 새로운 부와 기회를 찾아 유럽과 미국 등지로 이민을 떠난 역사가 깊다. 이들 아시아 이민자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는 최근 외국 현지에서도 고국의 맛과 멋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도 식품회사 오예 초투(Oye Chotu)는 유럽, 북미, 아시아 15개국에 인도 식품 배달 서비스를 론칭했다. 또한 9월에는 재외 인도인을 위한 인터넷 잡지 노치(NOTCH)가 첫 발간됐다.

그러나 이처럼 고국과 더 잘 연결하려는 서비스와 반대로 아시아로 귀향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도 활발하다. 2012년 인도 재외국민 관리부는 2010년 이후 귀향 국민이 200여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무려 재외 인도인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사례 : 인도 TV 역이민 스토리 ‘귀향 팩트 체커’

지난해 2~6월 인도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아이 러브 인디아(I love India)'는 영국에서 인도로 귀향한 일가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는 미국, 캐나다, 영국에도 수출됐다. 인도 정부는 역이민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귀향 준비에서 이주, 투자유치, 사회 재통합 과정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역트렌드3. 글로벌 문화 ↔ 동네 문화(Corner Culture) 트렌드

글로벌 기업들은 인기 제품을 현지 신흥시장에 적용할 때 이른바 ‘글로벌 표준’에 충실했다. 현지에 맞춰 약간의 변형을 가해 진출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전략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세븐일레븐의 아시아 진출 사례를 보면 글로벌 표준 전략은 찾기 어렵다.

세븐일레븐은 아시아 각국에서 깔끔한 도시형 편의점보다는 친근한 동네 구멍가게 전략을 채택했다. 일본 세븐일레븐에서는 도요타 1인승 전기에너지 경차를 활용, 실버 고객을 위한 배달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 세븐일레븐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고객에게도 화장실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례 : 인도네시아 세븐일레븐 ‘동네 사랑방으로’

인도네시아에는 ‘와룽(warung)’이라고 불리는 동네 구멍가게가 있다. 가족이 대대로 운영하면서 ‘동네 사랑방’을 겸하는 가게다. 2009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20개 매장에 이 와룽 콘셉트를 도입했다. 타깃은 동네 젊은이들.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야외 테이블을 늘리고, 미니 라이브 공연장까지 겸하면서 젊은이들의 사랑방이 됐다. 호주 기반 마켓 리서치사 로이 모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세븐 일레븐 이용자의 65%가 30대 이하로 이른바 가볍게 들러서 노는 ‘행 아웃(hang out)’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