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시비’ 中企… ‘현지 맞춤설비’ 수출로 대박 이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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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동양메닉스 아이디어 공유, 싱가포르-태국서도 잇달아 수주

동양메닉스는 한화와 손을 잡은 뒤 해외 수출을 통해 회사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콜롬비아 메데인에 납품한 95대 규모의 최신 주차설비. 동양메닉스 제공
동양메닉스는 한화와 손을 잡은 뒤 해외 수출을 통해 회사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콜롬비아 메데인에 납품한 95대 규모의 최신 주차설비. 동양메닉스 제공
주차설비 전문 업체 동양메닉스는 2007년 매출액이 200억 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이었다. 국내에서 차근차근 실적을 쌓았지만 해외에선 소규모 프로젝트를 서너 건 수행한 게 전부였다. 그러던 이 회사의 매출액이 지난해 28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주차설비 50억 원어치를 해외에 수출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400억 원, 수출액 1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동양메닉스는 다음 달 1일 경남 거창군에 4만6000m² 규모의 신규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빌려 쓰고 있는 현재 공장(경기 김포시)의 5배 크기다.

이 회사의 드라마틱한 성장은 한 상사맨이 우연히 겪은 ‘주차 시비’에서 시작됐다. 2007년 8월 ㈜한화 무역부문의 모스크바 주재원이었던 이용경 부장(45)은 신규 수출 계약 건으로 거래처를 찾아갔다. 미팅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멀끔하게 차려 입은 40대 러시아 남자가 자신을 한껏 노려보는 게 아닌가. 그제야 1시간 전 한국에서처럼 기어를 ‘중립’에 놓고 가로주차를 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러시아인은 “당신 차가 내 차를 가로막아 30분 이상 기다렸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냥 차를 조금 밀면 되지 않나’란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일단 사과를 하고 차를 뺐다.

찜찜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온 이 부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 스쳐 지나갔다. 러시아는 국토가 넓지만 200년, 300년 된 옛 건물들이 많아 지하주차장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도심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 역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 한국식 주차설비를 러시아에 도입하면 돈이 되겠구나!’

이 부장은 곧바로 한국 본사를 통해 주차설비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수소문했다. 마침 한화에 주차설비를 공급한 적이 있는 동양메닉스를 추천받았다. 이 부장은 심재덕 동양메닉스 사장(46·당시 영업본부장) 등을 러시아 현지로 불러 수출 전략을 함께 짰다.

두 회사가 처음으로 수주한 것은 2008년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신축 호텔과 계약한 44대 규모 주차설비(수주금액 약 12억 원)였다. 두 회사는 이후 러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해외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 한화는 해외 주재원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한편 현지 주차설비 운용 및 사후서비스를 맡을 회사를 섭외했다. 동양메닉스는 한국에서 현지 상황에 맞는 최상의 주차설비를 만들어 보냈다.

동양메닉스는 지난해 60명 안팎이던 본사 직원 수를 올해 80명으로 늘렸다. 거창 신축 공장도 벌써 35명의 직원을 뽑았고, 생산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6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심 사장은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해외 마케팅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며 “한화라는 파트너를 만나 협업을 하면서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주차시비#동양메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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