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캐리 본격 상륙? 두달새 3000억 유입

  • Array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엔화 약세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의 주식과 채권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를 빌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국에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면 원화 가치가 올라갈 수 있어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2, 3월 한국 시장에서 주식·채권을 282억 엔(약 308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일본 투자자들이 올 들어 다른 나라의 주식·채권을 팔아치우는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만 두 달 연속으로 주식·채권을 순매수했다.

특히 최근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을 돌파하면서 일본에서 엔 캐리 거래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21일부터 2주간 4636억 엔이 일본에서 국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일본 투자자들이 2주 연속 국외 주식·채권을 순매수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올 1분기(1∼3월) 일본 투자자들은 자국 증시에 투자하기 위해 국외 주식·채권을 지속적으로 팔았다. 하지만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을 상회하면서 투자를 위해 엔화가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일본 안팎의 금리차 등에 따라 엔 캐리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엔 캐리 거래의 진전 상황을 자세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 초반에만 머무를 것인지, 더 오를 것인지가 문제”라며 “엔 캐리 거래가 본격화하면 엔화 약세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전통적인 투자처는 한국이 아니었고 한국에 투자할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한국 유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 엔 캐리 트레이드 ::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의 통화나 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 이와 반대되는 거래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고 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국에 유입되면 원화 수요가 늘면서 원화 가치가 오르는 반면 이 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식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엔화#앤캐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