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는 가스를 마구 집어넣은 풍선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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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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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내각 1기 경제자문위원 니와 우이치로 전 駐中일본대사

“현 단계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로 일본경제가 부활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베노믹스는 풍선에 ‘돈’이라는 가스를 마구 넣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뿌려진 돈이 어떤 출구를 만들어 빠져 나갈지는 예상할 길이 없습니다.”

200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1기 당시 일본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74·사진) 전 주중 일본대사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했다.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가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1998년 경영난에 허덕이던 이토추(伊藤忠)상사를 일본 5대 종합상사의 하나로 부활시킨 그는 2010년 민간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주중 일본대사에 임명된 인물. 주중 대사 재임 시절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조치를 비판하는 등 소신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니와 전 대사를 만나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에 미칠 영향과 한중일 관계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천광암 동아일보 경제부장이 진행했다.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베노믹스는 금융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의 세 가지 정책으로 구성돼 있다. 엔화 약세만으로도 수출기업들은 가만히 앉아 매출과 수익이 20%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달러 기준으로 환산 시)를 누리고 있다. 자신의 실력이 아닌 통화 약세 덕분에 이익이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생각해 보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베노믹스는 엄청난 규모의 실험이다. 엔화를 인쇄해 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현 단계에서는 어떤 경제학자도 그 부작용이 어느 정도 될지 알기 어렵다. 지금은 아베노믹스를 평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엔화 약세의 위험성은….

“엔화 약세가 진행되다 보면 달러당 100엔을 넘어 110엔, 120엔까지 갈 수도 있다. 문제는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점이다. 갑자기 (엔화를 찍어내던) 인쇄기를 멈춘다면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과도한 물가상승 문제가 나타날 소지도 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중 물가하락)을 경험한 일본에 물가상승은 좋은 점이 있지 않나.

“아베 정권과 일본은행은 2%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세웠지만 물가상승이 이 수준에서 멈추지 않을 수 있다. 과도한 물가상승 문제가 나타나면 재정 면에서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역사문제 등에 대해 한국과 중국을 배려하지 않고 폭주(暴走)한다는 시각도 있다.

“틀린 시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기본적인 정치적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전략상 외부에서 보기에 ‘우경화’라고 지적하는 언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헌법개정은 자민당의 공약이다. 지금부터 국민적인 논의가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 갈등이 한중일 3국의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는 없는가.

“경제는 철학이나 사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경제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여러 위험요소를 고려해 결정해 나가는 것이다. 경제가 정치와 완전히 별개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경제 문화 스포츠 관계는 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가능하다. 긴 안목에서 봤을 때 후손들에게 ‘왜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을 했을까’라고 욕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이 TPP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TPP와 한중일 FTA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현재 중국은 TPP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지 않을 뿐 언젠가는 TPP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중국 없는 TPP란 의미가 없다. TPP가 됐든, 한중일 FTA가 됐든 먼저 참여할 수 있는 것에 참여하면 된다.”

―지방분권개혁추진위원장을 지내며 일본 규제완화를 주도한 적이 있다. 박근혜정부가 현재 규제완화를 추진 중인데 조언할 게 있다면….

“일본은 중앙부처 간의 벽이 높아서 국민이나 기업이 겪는 불편이 많았다. 공무원에게 규제완화를 맡겨놓으면 모양내기에만 그쳐 실직적인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자신의 일자리나 권한이 없어지는 것을 꺼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박근혜정부가 규제완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실질적으로 규제가 없어졌는지 직접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공무원들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경영난에 빠져 있던 이토추상사의 사장을 맡아 회사를 부활시킨 ‘신화’로 유명한데 비결은 무엇이었나.

“경영자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업의 성과는 경영자가 사원들의 정열과 에너지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인재다. 사원들을 불량자산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큰 임무다. 사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배가 침몰했을 때 경영자가 가장 마지막으로 구명보트에 오른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장기적으로 향후 한중일 경제가 어떤 길을 걸을 것으로 보는가.

“세 나라는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어느 한 나라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한다거나, 어느 한 나라만 실패하고 나머지는 성공할 확률은 제로다. 세 나라는 경제구조적으로 서로에게 깊숙이 의존하고 있다. 세 나라가 하나가 돼서 성장해 나가야 한다.”

정리=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아베노믹스#니와 우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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