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E 식품시장, LTE 속도로 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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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깐 오렌지, 뼈 발라낸 갈치살, 살만 꺼낸 꼬막… 워킹맘-1인 가구 늘며 수요 급증

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박윤희 씨(31)는 요리에 서툴지만 최근 저녁상에 새꼬막 무침을 올렸다. 꼬막은 양에 따라 데치는 시간이 다르고 손질이 어려워 요리 초보에겐 만만찮은 재료다. 박 씨의 비밀은 이마트에서 파는 ‘삶은 새꼬막 살’이다. ‘삶은 새꼬막 살’은 이마트에서만 지난해 20억 원어치가 팔렸다.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12억 원으로 전년 동기(7억9000만 원) 대비 52% 증가했다.

통신시장에서 롱텀에볼루션(LTE)이 대세라면 식품 시장에는 ‘RTE(Ready To Eat)’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RTE 식품은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치면 먹을 수 있는 일명 ‘레디 푸드’의 한 형태다. 과거엔 통조림과 냉동식품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수산물과 과일, 채소류 등 신선식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워킹맘과 1인 가구가 RTE 식품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연령대로 보면 채소나 생선을 다듬는 데 익숙하지 않거나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20, 30대가 주요 구매층이다. 하반기부터 전면 실시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앞두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도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편리한 RTE 식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편리함을 추구하는 수요가 늘면서 식품 시장도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74억 원이던 이마트의 RTE 수산물 매출은 지난해 688억 원으로 5년 새 9.2배로 증가했다. 물만 넣어 바로 끓여먹을 수 있게 손질을 마친 모둠 해물탕, 삶은 조갯살, 뼈를 발라낸 갈치살과 고등어살이 특히 인기다. 롯데마트에서도 1∼4월 ‘RTE 즉석 찌개·탕’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늘었다.

미리 손질한 과일을 포장해서 판매하는 ‘커팅 과일’ 시장도 커져 지난해 이마트에서 15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트에선 지난해 커팅 파인애플 매출이 122억5000만 원으로 일반 파인애플(27억2000만 원)의 4.5배나 됐다. 최근에는 껍질을 깐 오렌지까지 나왔다. 이마트가 지난달 출시한 ‘바로 먹는 오렌지’는 출시 보름 만에 5000팩이 팔렸다. 이 제품은 충북 음성군의 조각과일 업체 모닝후르츠가 오렌지 껍질을 잘라낸 뒤 진공 포장해 납품한다. 모닝후르츠 김일환 사장은 “생산 당일 곧바로 이마트 물류센터로 배송해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RTE#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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