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천터미널 줄다리기 신세계에 승리

  • 동아일보

■ 공정위서 인수 조건부 승인

인천종합터미널 인수를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의 다툼이 롯데의 승리로 기울었다.

롯데쇼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천종합터미널 터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15일 매수대금 6154억 원을 인천시에 완납하고 소유권 이전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이후 벌어진 롯데와 신세계의 공방전에서 롯데가 일단 승리한 셈이다.

양사는 지난해 9월 인천시가 신세계 인천점이 들어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터 전체를 롯데에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신세계는 인천종합터미널이 매물로 나오자 자사의 인천점 땅과 건물만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경쟁사인 롯데 측이 터미널 전체를 가져가게 되자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공정위는 신세계의 요청에 따라 1월부터 롯데가 인천터미널을 일괄 인수했을 때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를 검토해 왔다. 공정위는 이날 인수를 승인하면서 롯데백화점에 2017년까지 인천과 부천의 점포 세 곳 중 인천점을 포함한 두 곳을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롯데가 신세계 인천점을 밀어내고 같은 곳에서 백화점 영업을 할 경우 지역 내 롯데의 점유율이 31.6%에서 63.3%로 뛸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정위의 판단을 바라보는 두 기업의 표정은 엇갈렸다. 롯데 측은 공정위가 내건 조건이 인수 자체에 타격을 주지 않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태도다. 롯데 측은 “공정위의 판단을 수용해 시정명령 이행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으로 롯데 중동점(2644억 원), 인천점(2315억 원), 부평점(1276억 원)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신세계 인천점(7200억 원)보다 작다. 두 곳을 매각해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롯데는 인천터미널 터에 2017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가전전문관, 롯데백화점 등을 차례로 열 예정이다.

반면 신세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전국 신세계 점포 중 매출 4위인 알짜 매장을 고스란히 경쟁사에 넘겨주게 됐기 때문이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나서 “인천점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며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발표하고 수차례 매매계약 이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롯데의 인수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만큼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측은 “두 곳을 매각하라는 공정위의 시정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며 “인천시와 롯데 간 매매계약 무효 확인과 이전등기 말소 등을 위한 본안 소송에 계속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롯데는 이날 국내 최초 미디어시티로 조성되는 상암동 DMC 복합쇼핑몰 개발 계획도 발표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롯데쇼핑은 서울시와 ‘DMC사업용지 매매계약’을 완료하고 약 4500억 원을 투자해 2015년 말까지 복합쇼핑몰을 오픈할 계획이다. 신헌 롯데쇼핑 대표는 “DMC단지 내 교육, 문화, 연구시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개발해 서북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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