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아베노믹스 따라하나? 파운드화 가파르게 하락

  • 동아일보

‘아베노믹스(엔화 공급 확대로 경기 부양)에 이어 카니노믹스(파운드화 공급 확대로 경기 부양)가 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엔화 공급 확대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부양하려 하듯 영국도 비슷한 전략을 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경기 부양에 나서면 화폐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세계 주요국 화폐 가운데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파운드화(1파운드는 약 1670원)의 가치가 최근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16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영국 경제가 상당 기간 더딘 수준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며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면 통화 약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용인할 뜻을 시사하자 파운드화 가치는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8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지난해 7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1.5438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영국은행이 설립 319년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외국인 총재인 마크 카니 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아베노믹스 못지않은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니 총재는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됐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트리플 딥(삼중 경기침체)’ 위기에 놓인 영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파운드화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수장이 된 카니 총재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통화정책은 경제 출구전략을 도와야 한다”고 말해 물가 안정보다 성장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직 회복 기미가 없는 영국 경제 상황도 파운드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3%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면 경기침체(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다. 영국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침체에 빠졌지만 런던 올림픽 특수로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0.9%를 나타냈다. 하지만 4분기 성장률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피치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아직 AAA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 국가신용등급의 하향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투자자들의 파운드 매도 속도도 빨라지고 있으며 특히 돈 냄새를 빨리 맡는 헤지펀드 업계가 앞장서고 있다. 1992년 파운드 약세에 베팅해 큰돈을 번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을 비롯해 튜더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 캑스턴 어소시에이츠, 무어캐피털 등 유명 헤지펀드가 잇따라 파운드 약세에 투자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아베노믹스#카니노믹스#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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