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띠해 소비트렌드 ‘S·N·A·K·E 컨슈머’]<下>품질 검증단 ‘가이드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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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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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제품 검증-홍보… 기업에 훈수두는 소비자들

‘먹거리 X파일’처럼 꼼꼼히 작년 11월 22일 YWCA 소비자환경부 소속 위원 45명이 경기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방문해 상품을 저장하고 선별, 유통하는 과정을 꼼꼼히 점검했다. 이들은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면서도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가이드슈머’다. 이마트 제공
‘먹거리 X파일’처럼 꼼꼼히 작년 11월 22일 YWCA 소비자환경부 소속 위원 45명이 경기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방문해 상품을 저장하고 선별, 유통하는 과정을 꼼꼼히 점검했다. 이들은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면서도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가이드슈머’다. 이마트 제공
“한 장씩 뽑고 싶은데 뽑을 때마다 서너 장이 한꺼번에 나와요.”

“값비싼 천연 물티슈에 제조일자만 있고 유통기한은 왜 없죠?”

“물티슈 만드는 모든 과정을 공개해 주세요. 온라인 카페에 사이버 공장 견학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요?”

작년 12월 출시된 ‘따사로움 물티슈’는 유아용품업체 따사로움이 엄마들의 모진 비판을 토대로 만든 제품이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1년 한 TV 프로그램이 물티슈 속 화학성분에 대해 보도한 뒤 엄마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제품 개발을 원점으로 돌렸다. 불신을 먼저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자 73명의 의견을 모아 물티슈를 다시 개발하기로 했다.

그 결과 제품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포장에 공개하는 한편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함께 표기하고, 해양심층수를 사용하기로 했다. 정주영 따사로움 마케팅팀장은 “이르면 다음 달 말 소비자들이 요구한대로 제품 생산과정도 온라인에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 생산 현장까지 검증하는 가이드슈머

따사로움 물티슈는 ‘가이드슈머’가 기업의 제품 개발에 영향을 준 전형적인 사례다. 가이드슈머는 ‘안내자(guide)’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말로 △기업의 생산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검증) △잘못된 점을 지적하거나 지침을 제공하고(훈수) △잘한 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전 마케팅(홍보) 활동을 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단순히 주부 시각에서 상품을 평가하는 ‘마담슈머’, 완제품을 체험해보고 평가하는 ‘트라이슈머’, 신제품 개발 단계에 관여하는 ‘프로슈머’ 등에 비해 한 차원 진화된 형태다. 뱀처럼 영리하고 적극적인 ‘스네이크 컨슈머’의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4월부터 8개 점포가 각각 5차례에 걸쳐 ‘바른 먹을거리 투어’를 진행했다. 전남 영광군 굴비 가공장, 경기 양평군 전통 장류 농장, 전북 부안군 김 가공장 등을 방문해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제조과정을 공개했다. 참가비로 3만 원을 내야하는데도 총 1600명이 참여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고객들 사이에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포별로 선착순 고객 40명이 하루 만에 모두 모집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며 “참여 고객들은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 생산 활동이 자연스럽게 홍보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도 검증과 홍보를 병행하는 ‘가이드슈머’ 활동에 동참했다. 작년 11월 22일 YWCA 소비자환경부 소속 위원 45명은 경기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방문해 전 공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점검했다. YWCA는 이와 별도로 비슷한 시기 이마트 양재점에서 점포 홍보 행사를 열었다. 국내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이마트 축산매장을 알리는 행사였다. 흔히 ‘반(反)기업적’이라고 평가되던 시민단체가 나서서 기업 홍보를 하는 것은 큰 변화다.

최은주 YWCA 소비자환경부 차장은 “안전하다고 판단된 제품은 지하철 광고와 달력을 제작하거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며 “기존에는 완제품을 평가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생산부터 개입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다”고 소개했다.

○ 스네이크 컨슈머를 만족시켜라

제품의 품질과 정품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스네이크 컨슈머’가 늘면서 기업들은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특히 품질에 민감한 유아용품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말 선발한 소비자 10명과 함께 ‘뉴질랜드 산양목장·공장 제1기 엄마대표 방문단’을 출범시켰다. 뉴질랜드의 자연 방목 산양목장과 현지 공장인 데어리고트를 돌아보고 산양원유를 짜는 단계부터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보고 철저하게 확인한다.

최근 유한킴벌리는 자사의 육아용품인 ‘더블하트’의 젖병과 젖꼭지, 머그잔에 ‘유한킴벌리 보증’이라고 적힌 엠블럼을 부착하기 시작했다. 해외 병행수입 제품이 늘면서 정품 인증을 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가이드슈머의 등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한국형 컨슈머리포트’를 발표하는 것과 맞물려 소비자들 사이에 제품을 더욱 냉정하게 평가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게 배경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장은 “2010년 이후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좋은 제품을 선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업과 등지는 이미지였던 시민단체들이 중립적인 안내자의 모습을 띠는 것도 새로운 변화”라고 말했다.

염희진·강유현 기자 salthj@donga.com
#컨슈머#가이드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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