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티즌의 가습기 ‘포그링’은 ‘이지올로지’를 구현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구조용 튜브처럼 생겨서 무의식적으로 물 위에 띄워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모양인데, 실제로 물 위에 띄우면 수증기를 내뿜도록 만들었다. 무의식적인 느낌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 셈이다.
《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쉬움이다. 보다 빠르게, 쉽게, 편하게는 인류 발전을 이끌어 온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많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쉬움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쉬움은 시대나 상황, 문화, 사람에 따라 다른 상대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과거의 쉬움과 오늘날의 쉬움이 같지 않으며 또 미래의 쉬움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이지올로지(Easyology)는 바로 이런 상황에 등장한 확장된 쉬움의 개념이다. 이지올로지의 개념과 구현 방법을 소개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9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 학습이 필요 없는 쉬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학습만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혹은 아예 학습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이지올로지의 목표다. 사용자가 최소한의 학습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려면 사용자가 익히고 학습해야 할 부분을 줄여야 한다. 즉, 일관된 사용방법과 최소한의 패턴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해야 한다. 아무리 기능이 많고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도 기억해야 할 패턴이 많으면 사용자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8의 모바일용 터치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기억해야 할 규범과 패턴이 상당히 많다. 화면의 오른쪽 코너는 ‘설정 메뉴’, 왼쪽 코너는 ‘멀티태스킹 메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마다 다른 용도로 쓰이는 위쪽 코너와 아래쪽 코너까지 총 4방향의 제스처 입력을 기억해야 한다. 사용자는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여 학습해야만 비로소 윈도8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사용 방식이 단순한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는 사전 학습 없이 어린아이나 노인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실행하고 싶은 앱 아이콘을 탭하고 화면을 좌우로 문지르는 것까지가 학습의 전부다.
인터페이스의 규범과 패턴이 단순한 iOS는 매우 빠른 속도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대중화시켰지만 사용 전에 학습해야 할 것이 많은 윈도8은 확산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좀 더 쉬운 인터페이스가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아주 단순해서 보기만 해도 즉시 사용법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제품도 이지올로지를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가습기는 본래 사용법이 단순한 가전제품이지만 네오티즌(neotizen.com)이 공개한 ‘포그링’은 보기만 해도 사용법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단순화된 가습기다. 이 제품은 물이 든 컵이나 냄비에 띄워주기만 하면 바로 수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포그링의 작고 가벼운 무게나 USB 전원을 사용하는 간결함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제품 외형에서 연상되는 사용법이다. USB 케이블이 달린 포그링의 모양은 마치 강둑에 설치된 구조용 튜브를 연상케 한다. 포그링을 물 위에 던져서 띄우는 장면이 사용자의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이지올로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는 필립스의 스팀다리미에 적용된 ‘옵티멀 템프(Optimal Temp)’ 기술이다. 상황에 따른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이 기술이 적용된 필립스의 스팀다리미에는 다른 다리미와는 달리 전원 버튼 외에 아무런 버튼이 없다. 사용자는 단지 전원을 켜고 다림질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절을 할 필요가 없다.
○ 선택의 고통을 해소해주는 쉬움
사람들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수많은 사소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선택의 대부분은 깊은 사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것을 찾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특히 빅 데이터 시대에 접어들면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급격한 성장은 사람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증가한 정보와 이에 대한 접근성의 향상은 사람들에게 정보의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이나 지도 하나 없이 조각배 하나만 던져준 것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정보의 바다에서 이 길을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지혜, 지름길,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큐레이션,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면서 꼭 필요하고 최적화된 정보만을 전달하는 지능적인 추천 시스템은 복잡한 시대를 보다 간편하고 쉽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인 이지올로지를 실현시키고 있다.
NHK의 과학기술연구소에서 발표한 UTAN(User Technology Assisted Navigation) 기술은 사용자의 표정 변화를 통해 관심도와 취향을 분석한 뒤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수많은 TV 프로그램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도를 갖는 프로그램을 시스템이 알아서 추천함으로써 채널을 돌리는 데 소모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준다. 타이미스타(timista.com)는 사용자에게 친구들과 만날 장소, 할 일을 추천하는 앱으로 일상 속에서 추천을 통해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지올로지를 구현한다.
전문가나 다른 사람들이 미리 만들어 둔 모범 답안을 가져다 사용하는 큐레이션은 일괄된 구성이나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나 상품과 연결된다. SNS를 활용해서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미리 선택해 놓은 것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사람들이 구성해 놓은 콘텐츠나 상품을 정기적으로 전달받는 서비스 형태가 등장했다. 상품이나 콘텐츠 선택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하고 편하고 쉬운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매달 새로운 옷을 배달해주는 프랭크앤드오크(frankandoak.com)나 이벤트에 맞는 선물 패키지를 미리 구성해 제공하는 프루트(fruute.com)가 대표적인 예다. :: 이지올로지(Easyology)란? ::
단순함이 쉬움을 대변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쉬움을 추구하는 방식 자체가 다변화하고 있다. 수많은 첨단 기술이 넘쳐나고 수없이 많은 데이터가 쉴 새 없이 생성되는 상황에서 이를 정리하고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쉬움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이지올로지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확장된 쉬움의 개념이다. 현재의 소비자들은 수많은 첨단 기능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또 온라인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데이터가 넘쳐난다. 쉬움을 통해 복잡한 세상과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도 사람들이 누리는 편의 기능이나 사용자 경험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지올로지는 ‘학습이 필요 없는 쉬움’ ‘선택의 고통을 해소해주는 쉬움’을 추구하는 문화적, 사회적 흐름을 말한다.
유인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신동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수석연구원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9호(2012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데이터 활용해 고객과 공감하라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ARS(자동응답전화)에서 지시하는 대로 수차례 버튼을 눌러야만 간신히 직원과 연결되는, 짜증나는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한다는 목표 아래 기업들은 많은 절차를 기계에 맡겨 버렸다. 그러면서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프로세스와 시스템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고객의 요구를 포착하고 적절히 대처하려면 고객의 요구에 좀 더 깊숙하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기술을 최적화하는 능력, 정서적 관계를 육성하는 능력 그리고 공감을 토대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 등 3가지 역량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의 ‘강점 경영’ 분석
▼ Peter Druker is still alive
“당신의 사업은 무엇입니까?” 피터 드러커가 던진 이 한마디가 잭 웰치의 눈을 뜨이게 했다. 오늘날 GE는 여기서 비롯됐다. 이 질문은 당신 회사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강점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드러커는 조직의 강점을 토대로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강점 경영은 각자 가진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 성과를 달성해 사회 전체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점 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의 협력과 상생으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드러커가 설파한 강점 경영의 의미와 방법을 자세히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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