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태양광 사업 줄이나?

  • 동아일보

공급과잉 ‘결정형 태양전지’… SDI서 디스플레이로 이관 추진
‘박막형’은 종합기술원으로

삼성그룹이 삼성SDI의 태양전지 사업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SDI의 결정형 태양전지 사업을 삼성디스플레이로,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으로 각각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태양전지는 제조 기술에 따라 결정형과 박막형으로 나뉘는데, 결정형은 글로벌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했고 박막형은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관련 기업들이 사업을 매각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편은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축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당초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가 맡던 태양전지 사업을 작년 7월 삼성SDI에 이관했지만 수익성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를 1년 6개월여 만에 삼성디스플레이(옛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삼성전자로 각각 원위치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결정형 태양전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 온 삼성SDI는 태양전지 모듈 가격이 2010년 말 와트(W)당 1.7달러에서 올 8월 0.7달러로 떨어지는 등 가격이 폭락해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증권가는 삼성SDI가 태양전지 사업에서 3분기(7∼9월)에만 13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최근 결정형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는 한편으로 태양광 사업부서 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삼성디스플레이로 원대 복귀할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다. 회사 측은 90여 명의 직원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결정형보다 진화한 ‘2세대 기술’로 불리는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도 삼성SDI에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으로 넘기면서 사업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올해 들어 광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박막형을 중심으로 태양전지 사업을 키우려는 계획을 수립 중이었지만 사업 이관이 확정되면 관련 사업을 중단하거나 크게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실적이 부진한 사업에 메스를 대는 이 같은 사업 재배치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삼성그룹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삼성중공업의 아파트 건설사업 관련 인력을 삼성에버랜드로 재배치하고 전기자동차 시장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회사인 SB리모티브를 삼성SDI에 흡수합병시키는 등 계열사 간 사업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김용석·정지영 기자 nex@donga.com
#삼성SDI#태양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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