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프라이스 체이서를 잡아라”

  • 동아일보

대형마트 3사, 저가상품으로 불황 타개 승부수
이마트, 반값제품 30종 내놔… 美와 손잡은 ‘베스 콜라’ 대박
홈플러스 900원 싼 1L 우유… 서울-남양 제품보다 잘 팔려
롯데마트, 토종 임실치즈 판매… 수입산 프리미엄 시장서 선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철저한 가격 비교를 통해 저가 상품을 찾아다니는 ‘프라이스 체이서(Price Chaser)’가 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과거에는 1위 업체의 시장지배력이 커서 뛰어들지 않던 분야에서도 저가 자체개발(PL) 상품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1년간 TV, 커피, 청바지 등 30여 종의 ‘반값 상품’을 내놓았다. 품목 수로 보면 이들 상품은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체 상품(7만여 개)의 0.0004%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 매출은 1000억 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액의 1%에 이른다.

한국인삼공사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홍삼농축액 ‘홍삼정’ 시장에 이마트가 뛰어든 것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마트가 홍삼전문 중소기업 삼흥과 손잡고 만든 6년근 국산 홍삼 100% 농축액 ‘홍삼정’은 기존 브랜드 제품에 비해 20% 이상 싼 12만8000원이다.

이마트가 9월 세계 최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음료업체인 미국 코트와 제휴해 내놓은 ‘베스 콜라’도 불황으로 뜬 대표적 상품이다. 대형마트 판매가격 기준으로 기존 브랜드 제품에 비해 37%가량 싼 베스 콜라는 이마트 내 매출이 1위 제품인 코카콜라의 95%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에 음식을 납품하는 대형 케이터링 업체도 베스 콜라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연세우유와 함께 만든 ‘좋은상품 우유’(1L)는 홈플러스 우유 매출에서 14%를 차지하고 있는 1등 제품이다. 같은 용량의 기존 브랜드 제품에 비해 900원가량 싼 1400원인 이 우유는 2위 제품인 서울우유(8%)와 3위 제품인 남양유업의 ‘맛있는우유 GT’(3.7%) 매출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롯데마트가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임실치즈’는 대형 유제품업체 제품과 수입산 제품이 휩쓸고 있는 프리미엄 치즈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임실치즈는 롯데마트가 국내 최초로 치즈공장을 설립한 목장형 치즈가공업체 ‘임실농협’과 공동 기획한 제품이다.

100% 국내산 원유로 만든 이 제품은 롯데마트가 마케팅과 판매를 책임진 덕분에 기존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최대 30%가량 싸다. 특히 찢어 먹는 형태의 ‘스트링 치즈’는 어린이 간식용으로 인기를 끌며 월평균 1만여 개가 팔려 롯데마트 내 동일 상품군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유통업체#프라이스 체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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