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1800달러 수술비, 18달러만 받고도 흑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 인도 아라빈드병원의 승승장구 비결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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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설립된 인도 아라빈드 병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에 가장 많은 환자에게 백내장수술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돈 있는 사람에게는 제값을 받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겐 무료로 수술을 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이 병원에서 안과수술을 받은 환자는 약 31만5000명. 이 중 절반 이상이 무료 수술 혜택을 받았다. 이렇게 공짜 수술을 남발(?)하지만 이 병원은 망하기는커녕 날로 번창하고 있다. 인도 남부의 도시인 마두라이에서 불과 침상 11개로 진료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마두라이 외 6개 지역에 분원이 있으며 전체 고용 인원만 3000명에 달한다. 자선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영위해 오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라빈드 병원 같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7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예방할 수 있는 장애를 없앤다

일명 ‘닥터 V’라고 불리는 인도인 의사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가 아라빈드 병원을 설립한 목적은 ‘예방할 수 있는 장애를 없애는 것’이었다. 백내장은 우리 눈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투명한 인공수정체로 대체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시력을 쉽게 되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인도의 극빈층이 이런 간단한 수술마저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수술비용은 약 100달러에 달하는데 인도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430달러(1980년 기준)에 그쳤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인도인은 전체 환자 중 50%에 불과했다. 결국 인도의 저소득층은 간단한 백내장수술을 받지 못해 실명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가난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이런 사회적 문제에 주목한 닥터 V는 적절한 안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수립했다.

○ 맥도널드의 생산 공정을 병원 시스템에 접목

닥터 V는 맥도널드의 표준화된 햄버거 생산 공정에 착안해 표준화 분업화된 백내장수술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혁신적인 시스템 개선을 이뤘다. 수술실에는 두세 대의 수술대가 설치되며 의사 1명에 간호사 4명 이상으로 구성된 두세 조가 수술을 진행하도록 했다. 수술대 사이에는 회전이 가능한 커다란 현미경 하나가 설치돼 있다. 즉, 의사가 한쪽 환자의 수술을 마치면 현미경을 돌려 곧바로 다음 수술을 시작할 수 있게 동선을 짰다. 또 수술대에서 의사가 중요한 부분(예: 인공수정체 교체)의 수술을 끝내면 간호사들은 난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나머지 수술을 수행하는 분업화된 프로세스를 고안했다. 이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수술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햄버거 대량생산 시스템과 유사한 백내장수술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 오로랩과의 제휴 통해 저가의 인공수정체를 개발하다

이 밖에 닥터 V는 수입에 의존하던 고가의 인공수정체를 고품질의 저가 인공수정체로 대체해 수술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여기에는 사회적 기업가인 데이비드 그린이 1992년에 설립한 오로랩의 공이 컸다. 오로랩은 당시 한 벌에 150달러에 달하는 인공수정체의 가격을 단 10달러로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로랩은 출범할 때부터 아라빈드와 제휴하고 병원 옆에 최첨단 백내장 수술렌즈 생산시설을 세웠다. 그리고 부유층에는 제값을 받지만 저소득층 환자에게는 무료로 렌즈를 제공했다. 이로써 아라빈드 병원은 미국에서 1800달러에 해당하는 백내장수술 비용을 18달러로 낮추는 혁신적인 비용구조를 달성했다.

○ 사회적 기업의 성공에는 가치 공유 혁신이 필요하다

2006년 기준 아라빈드 병원의 영업이익은 5억 루피(약 490만 달러)에 달한다. 오로랩의 인공수정체는 품질을 인정받아 1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도 약 70만 개에 달해 물량으로만 따지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이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개발했던 기술이 점차 중간소득층 소비자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라빈드 병원처럼 기술집약적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는 ‘가치 공유 혁신(Value sharing innovation)’이다. 기술 혁신의 궁극적 목적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기 때문이다. 가치 공유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크게 ‘극복해야 할 사회적 문제의 구체화→가능한 기술 자원을 활용해 해결 방안 수립→파트너십 구축 등 실행 방안 검증→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원 확보’ 등의 단계적 접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라빈드 병원은 백내장수술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무료로 수술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사업 초기부터 명확하게 설정했으며 맥도널드의 운영방식을 도입해 해결책을 마련했고 오로랩과 파트너십을 맺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주성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7호(2012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삼성SDI의 환골탈태

케이스 스터디



아직도 삼성SDI를 TV 브라운관 제조업체로 알고 있다면 오해다. 2000년대 들어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가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또 한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에너지 및 기타’ 사업 부문에서 올렸을 정도로 그 시도는 성공적이다. 브라운관과 PDP, 2차전지 등 지금까지 거쳐온 사업영역 모두에서 삼성SDI는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발 빠른 적응력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SDI의 진화 발전 과정을 집중 분석했다.

유용성에 재미를 입혀라

▼ 메타트렌드 아이디어


최첨단 기술과 화려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 너무 많아졌다. 기능적 욕구를 채운 소비자들은 ‘보다 아름답게, 보다 재미있게’라는 새로운 가치를 우선순위에 둔다. 기능성을 따지지 않고 재미만으로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미국 기업 팝콘 인디애나가 만든 ‘팝피네이터’(사진)를 보자. 사람이 ‘팝’이라고 말하면 팝피네이터는 소리를 인식해서 정확히 그 방향으로 팝콘을 발사한다. 먹는 일을 재미있는 경험으로 발전시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의 문승지 디자이너가 고안한 캣 터널 소파도 재미있는 제품이다. 좁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반영해 소파의 등받이와 다리를 긴 터널로 제작한 이 제품은 소파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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