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대형마트서 이런 ‘술의 유혹’ 사라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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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눈에 안 띄는 곳에 별도 판매대 설치… 충동구매 막기로

회사원 박동훈 씨(34)는 대형마트에 들를 때마다 통로에 있는 ‘외국맥주 할인행사’ 코너 앞에서 발길을 멈추곤 한다. 그냥 지나치려고 마음을 먹어도 저렴한 가격에 컵이나 각종 상품까지 끼워준다는 판매원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맥주를 집게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말을 앞두고 와인 할인행사 판매대도 부쩍 늘면서 ‘술의 유혹’은 더욱 이기기 힘들게 됐다. 박 씨는 “마트에 갈 때마다 이번에는 술을 사지 않겠다고 아내와 약속을 하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할인행사를 하는 걸 보면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서울시내 대형할인점에서 술 사기가 한층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로에 별도의 판매대를 설치하고 특판행사를 하는 모습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대형마트 주류 접근성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내년 2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술 구입 자체를 어렵게 하고, 노출을 최소화해 술 구입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가이드라인은 권고사안으로 지키지 않아도 행정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와 수차례 협의를 거친 만큼 판매자들이 자율적으로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소비자들이 충동적으로 술을 사지 않도록 할인점 내 주류 매장을 독립공간에 설치하거나 눈에 안 띄는 위치에 배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형마트 내 주류매장은 독립형과 집합형 2가지 중 하나로 설치된다. 독립형은 타 매장과 벽 등으로 구역을 구분하고 별도의 출입구를 설치한 구조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주류 접근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집합형은 주류 매장을 이동이 빈번한 주 통로나 무빙워크 주변을 피해 출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매장 안쪽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할인, 특판행사를 위한 별도 주류 판매대를 매장 내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해 타 식품 구매 시 충동적으로 함께 술을 구입하지 않도록 했다. 다량으로 술을 구입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매장 내 주류박스 진열을 금지하고 박스째 주류를 구입할 때는 창고 등 별도 장소에서 받아가도록 했다.

형식적으로 표기했던 청소년 주류·담배 판매 금지 안내 문구를 주류 진열대와 계산대 등 매장 곳곳에 부착하고 매시간 청소년 주류·담배 판매 금지에 대한 안내방송도 실시한다.

시는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대기업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에도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련 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채널A 영상] 서울 대형마트서 술 사기 불편해진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대형마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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