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LG 그룹차원 첫 장애인 공채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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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스크린… 수화로 진행… 마킹 도우미…

《 밤사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전국 대부분이 초겨울 날씨를 보인 10월의 마지막 날. 인·적성 시험을 치르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국장애인고용센터를 찾은 지원자들의 표정도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LG그룹은 이날 그룹 차원에서 처음 시행하는 장애인 공채 인·적성검사(LG way Fit Test)를 진행했다. 지원자 400여 명은 오전 9시 반 시험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
장애인 400명 시험 열기 31일 경기 성남시 한국장애인고용센터에서 실시된 LG그룹 인·적성검사에서 장애인 400여 명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LG그룹 제공
장애인 400명 시험 열기 31일 경기 성남시 한국장애인고용센터에서 실시된 LG그룹 인·적성검사에서 장애인 400여 명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LG그룹 제공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이들은 긴장감 속에서도 비장한 각오로 당찬 꿈을 내비쳤다.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종운 씨(27)는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을 찾았다.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그는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도 잘 들을 수 없다.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짐작할 뿐이다.

이 씨에게 만약 합격해 ‘LG맨’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물었다. 그는 역시 문자메시지로 대답했다. “LG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해 나처럼 청각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앱(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어요. 첫 월급을 받으면 서대문에 있는 청각장애인 복지관에 후원금으로 전달할 생각입니다.”

LG전자에 지원한 왕현수 씨(25)는 오른쪽 네 손가락이 엄지손가락보다 짧다. 그는 “손이 ‘조금’ 불편하지만 개발부에 들어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며 “직장인이 돼 당당하게 홀로서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낸 한 어머니는 “아들이 미국에서 대학까지 마쳤지만 장애인이라고 받아주는 기업이 없었다. LG에서는 꼭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전 9시 반이 되자 장애인고용센터 직원이 시험 시작을 알렸다. 시험지와 OMR 카드를 받은 지원자들은 일제히 대강당 앞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 시간을 쳐다봤다. 시험 진행 도우미들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시험 방법과 주의사항을 수화(手話)로 설명했다. 저(低)시력 장애인들에게는 일반인용보다 두 배나 큰 시험지가 배포됐고, 손을 떠는 지원자들을 위해서는 도우미들이 옆에서 마킹을 도와주기도 했다.

최근 LG그룹, 롯데그룹,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진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51만9000명에 이르지만 취업자(2010년 5월 기준)는 85만5000명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장애인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1991년 공공기관 및 대기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관과 기업들은 이 제도를 외면한 채 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아 기업 및 기관이 신고한 부담금은 총 907억7500만 원에 이른다.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촉진이사는 “최고의 장애인 복지는 일자리”라며 “기업들부터 앞장서서 장애인 공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LG그룹#장애인 공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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