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10%’ 高利에 허리 휘는데… 서민금융은 저신용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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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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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年39% 이자 제한?… 저신용자 노리는 불법대출 실태

지방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신모 씨(24·여)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이다. 집 주인이 전세보증금을 500만 원 올려달라고 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자를 내기 위해 휴학을 하고 밤낮없이 돈을 벌었지만 이자조차 낼 수 없었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원금은 200만 원이었지만 8개월 만에 원리금이 290만5000원으로 불어났다.

현행법은 이자를 연 39% 이상 받을 수 없게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서민들이 이런 불법 대부업체들에 찾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른바 ‘서민금융 3종 세트’인 햇살론·새희망홀씨대출·미소금융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 ‘꺾기’와 ‘알까기’에 멍드는 서민들

불법 대부업체들은 ‘꺾기’와 ‘알까기’라는 방식을 통해 법정한도를 초과하는 이자를 물린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명목으로 서너 달 치 이자를 뗀다. 이른바 ‘꺾기’다. 1000만 원을 빌리면 실제 손에 쥐게 되는 돈은 900만 원 남짓이다. 선이자로 세 달 치 이자를 뗀다면 법정한도인 연 39%로 빌려도 실제 금리는 연 45%에 육박하게 된다.

이들은 또 대출자가 이자를 한두 달만 밀려도 “이자 내기 힘들면 돈을 추가로 빌려 주겠다”며 대출원금 규모를 키우는 ‘알까기’를 시도한다. 이런 때 대출이자는 통상 10일에 10%다. 100만 원을 빌리면 10일 뒤 이자로 10만 원을 내는 식이다. 100일에 100%, 1년 이면 300%가 넘는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 1국장은 “꺾기와 알까기가 이어지면 이자를 내기 위해 빚을 내는 일이 반복되고 아무리 갚아도 원금이 오히려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 서민에겐 너무 먼 서민금융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는 저신용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신용대출 상품이고, 미소금융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상품이다. 하지만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는 저신용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신용등급자 위주로 대출되고 있고, 미소금융은 손쉬운 차량 담보 대출에만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햇살론은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 6∼10등급의 서민을 위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햇살론 대출금의 30%가량(5961억 원)이 5등급 이상 신용자에게 지원됐다. 새희망홀씨도 6월 기준 최하위 9∼10등급 대상 대출 규모는 602억 원(2.4%)에 불과했다. 반면 1∼2등급 최상위등급의 새희망홀씨 대출은 전체의 5.8%(1461억 원)에 달했다.

미소금융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소금융 취급상품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차량 담보대출이 1416억 원으로 전체 대출의 73.1%나 됐다.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창업자금 등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게 원래 취지지만 손쉬운 담보대출로 실적만 올리고 있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저신용층이 서민금융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서민금융 지원 금액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이나 신협의 서민금융 취급비율을 의무화하고 실적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대부업#금리#불법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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