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망 ‘뚝’… 대기업 내년 경영계획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내년말 1040원까지 하락”… 그룹 경제硏, 점점 낮춰잡아
“영향 크지 않을 것” 분석도

주요 기관들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전망을 점점 낮춰 잡고 있는 가운데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일부 기업은 내년 말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준비에 들어갔다.

○ 1040원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LG그룹의 경우 내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080원으로 예상한 지난달 전망치를 수정해 이를 최근 1070원으로 낮췄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상황이 변한 만큼 환율 전망치를 다소 낮췄다”며 “내년 말 시점의 환율은 달러당 1040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040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해 7월 27일 1050원보다 더 낮은 수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11일 발간한 ‘2013년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환율이 계속 하락하겠지만 하락 폭은 소폭에 그쳐 연평균 1100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현대차는 매출이 1200억 원, 기아차는 800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10일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2013년 경제현안 점검’ 강의에서 내년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는 이런 전망을 참고해 12월 중순까지 사업계획 수립을 마칠 예정이다.

○ “이미 잘 대비, 타격 없다” 반론도

반대로 해외 원자재를 구입하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들은 원화 가치가 오르자 속으로 웃음을 짓고 있다. 항공유 구입비용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업의 경우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735억 원의 평가이익이 생기고 아시아나항공은 약 87억 원의 효과를 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곡물 원재료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CJ제일제당은 환율이 10원 내릴 때 연간 30억 원가량의 이득을 본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 역시 이미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높고 해외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중이 높은 만큼 원화 강세가 그리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전체 물량의 56%, 기아차는 40%가 외국에서 생산돼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예전에는 달러로만 결제하던 것을 대부분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바꿔서 원-달러 환율 영향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3월 18개 품목의 수출기업 98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을 1069원으로, 중소기업들은 1074원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업체의 80% 이상은 환율이 이 아래로 내려갈 경우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보는 ‘수출에 적정한 환율’은 대기업은 1129원, 중소기업은 1137원이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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