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화려한 쇼룸 즐비한 샹젤리제, 불꽃튀는 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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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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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번화가에 자리잡는 세계의 자동차

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번화가 샹젤리제. 황제 나폴레옹 1세의 업적을 기리는 서쪽 끝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에 이르기까지 길이 1880m에 달하는 이 거리에는 밤낮이 없다. 연간 유동인구 1억 명. 샹젤리제는 한순간도 인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로변에 밀집한 명품 브랜드 매장과 레스토랑은 화려한 간판과 조명으로 파리의 정취에 빠진 행인들을 유혹한다.

유럽 최고의 명소 샹젤리제의 풍경이 점차 변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유럽에 진출한 자동차회사들이 잇달아 쇼룸을 내며 마케팅 격전지로 바뀐 것이다.

○ 현대차, 샹젤리제 인근 입성


수년 전만 해도 이곳은 프랑스 자동차회사인 푸조와 시트로엥, 르노가 터줏대감이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샹젤리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 토요타가 샹젤리제에 쇼룸을 연 데 이어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도 내년 이 거리에 대형 매장을 내기로 했다.

이 지역은 건물 임차료가 파리에서도 가장 비싼 편이지만 자동차회사들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단지 프랑스 시장만을 공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샹젤리제에 매장을 낸다는 것은 세계적인 관광지를 찾는 이들에게 자연스레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 샹젤리제 지역에 문을 연 수많은 매장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현대자동차 전시장이다. 현대차는 3월 프랑스법인 출범에 맞춰 최근 샹젤리제의 개선문 인근 마르소 가(街)에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원래 프랑스 자동차딜러인 퍼시픽모터스가 크라이슬러 ‘지프’ 브랜드를 팔던 곳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 안에 들어서자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주력 모델로 삼고 있는 중형 왜건 ‘i40’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1.7L급 디젤 엔진을 단 i40 최고급형의 가격은 3만5000유로(약 5040만 원). 현대차는 유럽에서 5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장은 고성능 3도어 쿠페인 ‘벨로스터 터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5’(국내명 투싼ix)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이 매장 관계자는 “현대차가 다른 대중 브랜드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구입 문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유럽법인 관계자는 “유럽 최고 명소로 손꼽히는 샹젤리제는 지리적 요건이 뛰어나 판매 증대와 브랜드 노출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글로벌 車업체의 ‘샹젤리제 공습’

샹젤리제의 자동차 쇼룸은 저마다 다양한 특색을 갖고 있다. 르노는 자동차를 전시할 뿐 아니라 2, 3층과 노천 테라스에 레스토랑을 마련하고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식사와 음료를 즐기며 신차들을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현대미술에서 자동차 디자인의 영감을 종종 얻곤 하는 시트로엥은 지그재그 형태의 직선으로 그려낸 기하학적인 건물 외관을 통해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푸조는 전시장 한편에 브랜드 로고가 달린 의류나 자동차용품은 물론이고 이색적이게도 방대한 규모의 가정용품을 팔고 있다. 소비자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기 위한 시도다.

최근 젊은 소비자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벤츠의 쇼룸은 마치 클럽을 연상하게 한다. 입구에서는 브랜드의 상징인 삼각별 로고의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이곳에서 벤츠는 최근 선보인 소형차 ‘뉴 A클래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토요타의 쇼룸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1965년 출시한 스포츠카 ‘2000 GT’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틀어주는 홍보 영상. 토요타의 창립 초기부터의 역사를 담은 이 영상은 토요타가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임을 강조한다.

BMW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샹젤리제에서 한 블록 떨어진 조르주생크에 매장을 낸 것이다. 샹젤리제의 루이뷔통 본점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은 최고급 브랜드만을 취급하는 상점가다. 자동차 업체가 이 거리에 매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파리=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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