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갤러리아 식품관 ‘고메이494’ 가보니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식재료 사면 명품요리 서비스… 전통시장을 닮은 강남스타일

“상추, 길러 먹는 재미도 넣었어요” 송환기 갤러리아백화점 상품2실장이 수경재배 화분에 뿌리째 넣어 파는 상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송 실장은 “집에서 기르는 재미도 있고, 열흘 안에 잘라서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상추, 길러 먹는 재미도 넣었어요” 송환기 갤러리아백화점 상품2실장이 수경재배 화분에 뿌리째 넣어 파는 상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송 실장은 “집에서 기르는 재미도 있고, 열흘 안에 잘라서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식육 전문 마이스터의 열정이 가득한 공방.’

‘부처스(Butchers)’라고 적힌 고급스러운 공간을 소개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공방 안의 장인에게 안심용 스테이크를 부탁하면 웻에이징(Wet aging·냉장시설에서 온도를 제어해 숙성)을 거친 고기를 꺼내 알맞게 잘라준다. 그걸 받아 건너편 스테이크 코너로 가져가자 요리사가 ‘미디엄웰’로 구워줬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WEST 지하 1층 ‘고메이494’를 오픈 하루 전날인 4일 찾았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진짜 강남스타일’ 식품관을 보여주겠다며 마련한 공간이다. 450일에 걸쳐 임직원 500여 명이 1000번 이상 회의를 거쳐 문을 열었다.

이날 셰프 옷을 멋지게 차려 입은 박세훈 갤러리아 대표는 “3월 공식 부임하기 전인 2월부터 뉴욕, 도쿄, 파리의 새로운 마켓과 레스토랑을 둘러보고 공부했다”며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그로서란트(그로서리·식품점+레스토랑)’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3227m²(약 978평)로 이전보다 523m²(약 159평) 커진 매장의 첫인상은 서울 청담동과 전통시장의 만남이었다. 170여 개 수입 식품과 고급 인테리어, 수준급 셰프 같은 기존 강남 스타일의 전형에 전통시장의 재미와 정을 넣은 것이다.

호박 고구마를 사면 원하는 크기로 잘라 삶아주며, 수산코너에선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산 생선의 요리를 특별히 주문할 수도 있다. 상인이 소비자와 일대일로 소통하는 전통시장의 장점을 고급스럽게 재해석해 ‘강남스타일’에 도입한 셈이다. 또 전통시장이 상인의 오랜 경험으로 소통한다면 고메이494는 각 코너마다 영국 공인와인자격증(WSET) 취득자처럼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나설 예정이다.

서울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처럼 식품매장 사이에 유명 맛집 23곳이 차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박 대표는 맛집들을 차별화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처음부터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를 배제해 고메이494가 2호점이 된 곳들이 많다”며 “인근에 문을 연 신세계 SSG는 마트처럼 식품 판매 위주이고 우리는 레스토랑 비중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유명 맛집들도 많았다. 지난해 문을 열자마자 한남동 회장님들의 맛집으로 유명해진 ‘핏제리아 디부자’, 이태원 명물 우동집 ‘니시키’, 30분 줄서기는 기본인 이태원 ‘바토스’, 종로의 터줏대감 ‘감촌순두부’ 등이 입점했다.

스타일 구기기 싫어하는 쇼핑객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서비스는 화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수 한 박스나 기저귀 같은 제품은 쿠폰으로 판다. 물건은 차 트렁크에 직접 넣어주거나 집으로 보내준다. 또 맛집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받는 번호표에 위치 추적 칩이 내장돼 있어 매장 어디에 자리를 잡더라도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고객의 위치를 확인해 음식을 가져다준다.

박 대표는 “고메이494는 앞으로 갤러리아가 보여줄 변화의 시작”이라며 “홍콩 레인크로퍼드 백화점을 넘어서는 아시아 최고의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갤러리아#고메이494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