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외판원서 재계 31위로… ‘윤석금 신화’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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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렌털… ‘아침햇살’… 외환위기도 뚫고 승승장구
잇달아 사업확장하다 발목

책 외판사원에서 출발해 재계 순위 31위의 그룹을 거느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윤 회장은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에는 현재 웅진씽크빅의 모태인 헤임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출판사업가로 변신했다. 과외가 금지됐던 1980년대에 강의내용을 담은 테이프와 학습지로 큰 인기를 끌며 종잣돈을 모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설립해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고 고학력 주부들을 방문판매에 동원해 히트를 쳤다.

외환위기로 경제가 위기에 처했던 1990년대 후반 웅진그룹은 오히려 전성기를 맞았다. 100만 원대 고가 정수기 매출이 뚝 떨어지자 윤 회장은 정수기를 월 2만7000원에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비데도 출시했다. 식품사업 분야에서는 음료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이 ‘대박’을 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소비재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2007년 극동건설, 2010년에는 서울저축은행을 사들였다. 태양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2006년 웅진에너지를 세워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했다. 웅진그룹은 건설과 금융, 교육, 에너지 분야를 넘나드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급격한 사업 다각화가 결국 탈이 됐다. 고가 매입 논란에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6600억 원에 인수한 극동건설에 총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건설경기 침체를 이겨내기는 어려웠다. 결국 2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윤 회장은 당시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어렵게 키운 자식 같은 회사를 매각하는 심정을 ‘마치 아이를 낳아 성인으로 키운 후에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텅 비어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은 결국 자금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윤석금 신화#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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