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전기요금 인상 요구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 원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최근 한국전력의 행보를 놓고 ‘좌충우돌’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한전 측은 “워낙 절박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무리수’로 보이는 방법들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옴짝달싹 못하는데 어쩌란 말이냐”
한전은 올해 세 차례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처음 두 번은 10%대 인상을 고집하다 세 번째인 지난달에야 정부의 권고대로 평균 4.9% 인상안을 내 받아들여졌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남아 있다”며 연말에 다시 인상을 추진할 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에는 또 국내 전력시장 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와 그 산하 비용평가위원회를 상대로 4조400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고,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자신들이 가격을 정해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력거래가격이 부당하게 책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러다 보니 물가 관리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산업계 의견을 받아 정책에 반영해야 할 지식경제부는 노골적으로 한전에 못마땅하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김중겸 사장의 경질설이 흘러나왔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팔아야 할 제품(전기)이나 그 제품을 사오는 가격(전력 거래가격), 파는 가격(전기요금)을 모두 정부가 인가·승인해 주는 회사”라며 “천문학적인 손실이 나는데 사오는 가격도 파는 가격도 조정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전기 생산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한전은 3조 원의 적자를 봤으며,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영업손실이 4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한전 경영진이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김쌍수 전 사장을 상대로 2조80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비상경영 최고단계 선언
한전 내부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지난달에는 노조가 성명서를 내고 “한전은 소수 인원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회사”라며 “잘못된 요금 결정 때문에 부채 덩어리가 된 한전을 ‘방만 경영’이라고 모는 세력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한전은 최근 비상경영 최고 단계인 3단계를 선언하고 전사적인 경영자구책을 발표했다. 발전 자회사를 포함해 원가를 1조1000억 원 절감하고 부동산임대사업 등을 벌여 수익 6000억 원을 새로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냉방 온도를 현재 28도에서 30도 이상으로 올리는 것부터 변전소의 노는 땅을 상업용 부동산으로 개발하거나 사무실을 통폐합해 남는 여유 공간을 임대하는 방안까지 ‘긁어모을 수 있는 건 다 모았다’는 게 한전의 자평이다. 여기에는 서울지역본부가 중구 명동에 있는 본부 사옥의 주차장을 상가 건물로 개조해 임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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