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고금리 리볼빙으로 ‘현금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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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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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카드를 사용하는 직장인 이모 씨는 지난달 카드 결제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달에 사용한 현금 서비스 200만 원 중 50만 원만 갚고 150만 원은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자로 3만5000원이 청구돼 있었기 때문이다. 연 이율로 환산하면 28%였다.

은행과 카드회사들이 현금서비스 리볼빙에 대부업체에 버금가는 ‘바가지 금리’를 씌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중에서는 토종 은행보다는 외국계 은행이, 카드회사 중에서는 전업 카드사보다 은행계 카드사들이 더 높은 리볼빙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리볼빙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씨티은행으로 연 26.7%에 달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그 뒤를 이었다. 씨티은행은 리볼빙 이용자의 거의 대부분인 98.5%에게 연 20% 이상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SC은행(98.1%)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농협은행과 외환은행, 지방은행인 부산은행 등이 리볼빙 금리를 높게 적용했다. 이들의 리볼빙 금리는 모두 연 25% 이상이다.

외국계 은행의 리볼빙 금리가 높은 이유는 금융 당국의 눈치를 덜 보기 때문이라고 금융계는 분석한다. 전업 카드사들이 리볼빙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에서 금리 인하 압박을 받는 동안 외국계 은행은 리볼빙 장사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0일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리볼빙 문제의 개선을 촉구했을 때도 신한카드 등 전업카드사 사장들만 참석하고 외국계 은행은 빠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토종 전업 카드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리볼빙을 규제하는 사이 외국계 은행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신용등급이 낮은 이용객을 대상으로 높은 금리로 리볼빙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카드업계의 불만이 매우 크다”고 귀띔했다.

예금 등 수신 기반을 토대로 저금리 자금 조달이 가능한 외국계 은행이 고객들에게 높은 리볼빙 금리를 매기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연 30%에 육박하는 고금리의 현금서비스 리볼빙이 가계 부채를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리볼빙은 통상 채무상환 능력이 나빠졌을 때 일시불이나 현금서비스 등 결제대금을 연기하는 데 사용한다. 경기 불황 시 카드 결제 대금이 일시에 부실화할 위험성이 높다.

6월 말 기준 평균 리볼빙 연체율은 3.1%로 전체 카드사의 연체율 2.1%보다 높다.

7월 말 기준으로 현금서비스 리볼빙을 이용하는 고객은 3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00만 명 정도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 카드사들은 연내에 리볼빙을 제한하는 내용의 표준약관을 제정하기로 하고 공동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리볼빙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저신용자”라며 “이들이 카드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연 20%대의 금리를 물면서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카드사#현금서비스#리볼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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