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세대 씨수말(종마)’인 ‘디디미’의 모습. 디디미는 세계적으로 경주마로 널리 쓰이는 서러브레드 품종으로 이번에 중국에 기증할 한국산 경주마도 같은 품종이다.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가 한국산 경주마 12마리를 중국마업협회(中國馬業協會)에 기증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국산 경주마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사회는 지난달 중순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아시아 경마회의’에서 중국마업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양측은 현재 실무협의를 논의 중이며 이르면 9, 10월에 기증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 관계자는 “국산 경주마의 우수성을 직접 경험해 볼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으며 중국 측이 12마리를 요구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마업협회는 한국의 마사회처럼 중국 내 경마를 독점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마사회 측은 이번 기증을 계기로 국산 경주마의 중국시장 진출 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초로 국산 경주마 3마리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바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중국 경마는 현금 베팅이 불가능하고, 이기면 경품만 제공하는데도 경마장이 최근 20여 곳으로 느는 등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마 수입도 늘어 2010년 한 해에만 2000여 마리의 경주마를 해외에서 사들였다. 향후 현금 베팅이 허용되면 중국의 경주마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돼 유럽, 미국, 호주 등 ‘경주마 선진국’들은 중국 수출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가 국산 경주마를 중국에 공식 수출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다. 한국과 중국은 말에 관한 검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아 중국 정부는 한국산 말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는 “양국 정부가 관련협정의 체결을 논의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올해 안에 체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이번 경주마 기증을 통해 중국 정부가 검역협정 체결 협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한국산 경주마의 품질을 직접 경험하면 중국 정부도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마업협회도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싼 국산 경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중국 정부에 검역협정 체결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는 국산 경주마의 경쟁력은 이미 충분히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6년부터 몸값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씨수말(종마)들을 수입해 고급 경주마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왔기 때문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중국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경주마를 수입하려면 항공운송료가 많이 든다”며 “한국에서는 선박운송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