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말20초 ‘영품족’ 잡아라

  • Array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부모-친지에 용돈 받아 예상외로 큰 구매력”… 백화점 업계, 미래 고객 유치에 총력

(페인트칠로 엉망이 된 집을 보여주며) “이런 상황을 보면 10대들은 뭐라고 할까요?”

“‘헐’이오.”

“‘멘붕(멘털 붕괴)’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죠.”

13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발동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교육장.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롯데백화점의 고객서비스 교육은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열폭(열등감 폭발)’ 등 속어 강좌로 시작했다. 이어 직원들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신곡 ‘몬스터’를 함께 부르고 젊은 세대들이 즐겨 찾는 ‘디시인사이드’ ‘파우더룸’ 웹사이트를 둘러봤다.

롯데백화점은 6월 27일 영플라자 청주점을 시작으로 대전점 대구점 김해점 광주점 등을 돌며 ‘젊은 고객 사로잡기’ 직원 교육을 열고 있다. 특정 연령의 고객층에 초점을 맞춘 직원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연자로 나선 롯데서비스아카데미의 차동선 사원은 “갖고 싶은 건 꼭 사야 하고 자존감이 높은 젊은 고객을 잡으려면 기존 고객과 다른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레인보 포켓’ ‘인쇼아카’ 아시나요


백화점들이 10대 말∼20대 초반, 이른바 ‘10말 20초’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까지 이들은 30, 40대에 밀려 당당한 소비 주체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30, 40대가 지갑을 닫자 ‘10말 20초’ 고객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구매력이 낮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고 싶은 건 어떻게 해서라도 사는 특성 때문에 이들은 ‘영품족(young+명품의 합성어·자기만의 명품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으로 불린다.

황성욱 성신여대 교수(산업디자인과)는 “부모와 조부모 등 다수의 어른에게 의존적인 소비를 하기 때문에 무지개처럼 여러 개의 지갑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레인보 포켓’이라고도 불린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쇼아카(인터넷 쇼핑은 아빠 카드로)’라는 신조어가 10대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영품족은 브랜드보다 스타일이나 가격, 연예인이나 또래의 착용 여부에 더 민감하다. 위부터 MCM의 ‘비세토스 라인’ 백팩, ‘슈퍼’ 선글라스, ‘아시’의 웨지힐 스니커즈. 롯데백화점 제공
영품족은 브랜드보다 스타일이나 가격, 연예인이나 또래의 착용 여부에 더 민감하다. 위부터 MCM의 ‘비세토스 라인’ 백팩, ‘슈퍼’ 선글라스, ‘아시’의 웨지힐 스니커즈. 롯데백화점 제공
○ 매장 개편에 응대 매뉴얼 개발

대형 백화점들은 젊은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미래의 ‘큰손’을 확보할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영품족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회의 고령화 트렌드 때문에 고객이 점점 줄어드는 일본 백화점업계를 닮지 말자는 뜻에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영플라자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 영플라자 본점은 이달부터 입점 브랜드의 절반 이상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청주점은 이미 매장 공사를 시작했다. 대구점도 본점 같은 규모로 11월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롯데는 최근 ‘영품족 응대 매뉴얼’까지 만들었다. 여기에는 ‘가르치려고 하면 반감만 산다. 관심을 보여주고 계속 질문하라’ ‘1만 원짜리 샀다고 무시하지 마라. 그만큼 미래 고객이 사라진다’ ‘연예인을 활용한 셀럽(유명인) 마케팅으로 마음을 사로잡아라’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젊은층 전용 멤버십 카드인 ‘유카드’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현대백화점은 10, 20대 고객을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기획하는 ‘별동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평균 연령 29세 미만의 사원으로 이뤄진 ‘UDT(U-plex Design Team)’가 젊은 고객 맞춤형 전략을 짜고 있다. 승마 체험, (연인에 대한) 고백 전용 엘리베이터, 요트 전시 등은 UDT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된 사례다. 최근 이 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서 신진 디자이너와 젊은 예술가들의 이색 상품을 판매하는 ‘프리마켓’을 백화점에 유치했다. 현재 중동점, 신촌점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홍선표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영품족#레인보 포켓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