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는 2009년 제리 양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떠난 이후 3명의 CEO가 실적악화, 학력위조 의혹 등 각종 악재로 물러났다. 최근 5년 새 주가는 41%나 폭락했고 온라인 광고시장 점유율은 8%로 떨어졌다.
‘인터넷 포털의 원조’라는 자존심은 온데간데없이 풍랑 앞에 마주서 있는 ‘야후호(號)’를 구출할 새 선장으로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37·사진)이 취임했다. 30대 중반 미모의 여성 경영인이다. 더 놀라운 것은 메이어 부사장은 라이벌 기업이던 구글에서 소비자 제품을 담당하며 야후를 현재의 어려움에 처하게 만든 주역이라는 점이다. 자신이 침몰시켰던 경쟁 기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된 셈이다.
야후는 16일 뉴욕증시 장 마감 후 메이어 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메이어는 이날 오후 구글에 전화로 회사를 떠나겠다는 뜻을 전하고 17일부터 야후에 출근했다.
메이어는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에서 일한 13년은 굉장한 시간이었지만 야후가 인터넷업계에서 최고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만큼 CEO직 수락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구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야후와 인터넷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야후는 유명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메이어는 구글의 20번째 사원이자 첫 여성 직원이다.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입사해 구글 유명 제품의 외형과 감성을 총지휘해왔다. 그는 구글의 홈페이지나 G메일, 구글 뉴스, 구글 이미지 등을 지금의 형태로 단순화시킨 주인공이다.
현재는 구글 지도 등 구글의 위치서비스와 지역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으며 1000명이 넘는 제품 매니저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구글이 주최한 각종 콘퍼런스의 주요 주제발표자로 나서고 각종 유명 잡지에도 자주 등장하는 등 ‘구글의 얼굴’ 역할을 했다.
그를 잘 아는 업계의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메이어가 위기에 빠진 야후를 살려내는 데 두 가지 측면에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야후 웹서비스의 사용환경을 더욱 이용자에게 친숙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어는 블룸버그통신에 “나의 관심은 언제나 더 끌릴 만한 창조적인 사용자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육성하는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밋 이사회 의장은 e메일 성명에서 “그녀는 언제나 이용자를 위해 최선을 찾는 완벽주의자였다. 야후는 멋진 선택을 했으며 또 다른 여성 CEO를 보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메이어는 트위터에 “곧 남자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새로 태어날 옥동자만큼 야후에도 새로운 희망을 던져 줄지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는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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