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판사들이 매년 여름휴가 시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자료가 있다. 바로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이맘때 발표하는 ‘최고경영자(CEO)가 휴가 때 읽을 책’이다. 연구소는 이 자료를 일반에게 공개하기 전에 언론에 보도자료로 배포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회원들만 볼 수 있도록 11일 ‘조용히’ 홈페이지에만 올렸다.
출판사들은 이 목록에 든 책들의 판매량이 많게는 수만 부씩 늘어나자 사활을 걸고 로비를 벌여왔다. 책과 홍보자료를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언제 선정하느냐” “우리 책이 후보에 포함됐느냐”라며 수시로 전화를 해댔다. 온갖 인맥을 동원해 청탁을 하기도 했다.
연구원들의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 정도가 되자 연구소는 아예 홍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최종 명단을 발표할 때까지 철저한 보안 유지를 지시했다.
연구소는 지난달 유료 강의 사이트인 ‘SERI CEO’ 및 홈페이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추천도서 설문조사를 통해 모은 1000여 권에 연구원들의 자체 추천도서를 더하고 전문가 토론 및 검증과정을 거쳐 총 14권을 최종 선정했다.
경제·경영 부문에서는 행동경제학 등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과 관련된 책이 많았고 인문교양 부문은 역사를 통해 현실을 재조명하는 도서가 다수 뽑혔다. 김진혁 수석연구원은 “최근 CEO들의 독서 화두는 삶의 지혜, 시대 트렌드, 경영 아이디어 등”이라며 “특히 올해는 세계적으로 전환기인 만큼 역사와 철학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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