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낮은 546만명 등급 재분류… ‘苦금리’ 숨통 터준다

  • 동아일보

■ 금감원 “10월부터 적용”

현재 10단계로 이뤄진 신용등급 중 은행권 이용이 불가능한 저신용자에 해당하는 7, 8등급이 총 10단계로 세분화된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저신용자들을 선별해 현재 공백 상태인 연 10%대의 대출금리 중간지대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신용등급이 낮아 비은행권에서 연 20∼30%대의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저신용자 546만 명 중 상당수가 지금보다 싼 금리로 대출 받을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개발 중인 ‘비우량(서브프라임)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의 뼈대를 10일 공개했다. 금감원은 시범운영을 거친 뒤 10월부터 이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 저신용자 신용도 재분류

금감원은 신용등급 7, 8등급을 하나로 합친 다음 모두 10개의 서브프라임 신용등급을 만들기로 했다. 7, 8등급 대상자들의 연체 이력과 보증 규모, 신용거래 실적 등에 따라 서브프라임 등급을 정한다.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좋은 등급을 받게 된다.

서브프라임 신용등급이 도입되면 현재 신용등급이 같은 저신용자들이라도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지금은 같은 7등급이라도 서브프라임 아래서는 1등급을 받을 수도, 5등급이 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서브프라임 아래서는 저신용자 중에서도 채무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판단되면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브프라임 1∼3등급을 받았다면 은행권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고 제2금융권에서도 지금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행 7등급 이하는 급전이 필요할 때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2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20∼30% 초반으로 은행의 연 10% 이내보다 이자 부담이 매우 크다. 3000만 원을 신용대출 받았을 때 현행 6, 7등급 간의 연간 이자 부담액이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6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금감원은 서브프라임이 도입되면 이런 금리 단층 현상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용욱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장은 “서브프라임을 통해 은행과 2금융권 사이의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대출금리를 최고 연 39%에서 10%대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간금리 대출 활성화하려면

금감원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에도 서브프라임을 활용할 계획이다. 서브프라임을 적용하면 대출 만기연장이나 금리 조정 때 도덕적 해이와 은행 건전성 악화를 모두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은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춰 주거나 만기를 연장해 주는 제도다.

또 은행 실무자들로서도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 프리워크아웃을 적용할 때 따를 수 있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 시스템으로는 저신용자에게 대출금리를 깎아주거나 만기를 연장하려고 해도 근거나 명분이 없어 사후 문책을 우려하는 실무자들이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최고 대출금리가 현재보다 오르는 일은 없다고 금감원은 덧붙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도입으로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당장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자 은행권이 위험 관리를 위해 돈줄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신용등급 5, 6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까지 억제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49조9955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 52조6억 원보다 2조51억 원(3.9%)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1등급을 받더라도 현행 신용평가 6등급을 받은 사람보다는 신용도가 낮다”며 “서브프라임 상위 등급자들에게 금리를 크게 낮추거나 대출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용#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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