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스리가 생중계, 전사원이 열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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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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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훈시’ 옛말 사내방송의 진화

《 크라운해태제과에서는 사내 방송(CHITV) 앵커 오디션이 한창이다. ‘나는 앵커다’란 부제가 붙은 이 오디션에는 올해 1월부터 각 부서에서 화려한 ‘말발’과 외모를 자랑하는 여직원이 매달 2명씩 출전해 앵커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사내 방송을 시청한 임직원들은 앵커 후보자들에게 별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평가한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전체 투표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사내에서도 ‘나는 앵커다’가 화제”라며 “연말에 최고 점수를 받은 직원은 내년 상반기(1∼6월) 사내 앵커로 활동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진화하는 사내 방송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방송(HKN)의 손승희 아나운서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방송(HKN)의 손승희 아나운서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기업들이 만드는 사내 방송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회장님 소식’만 전하던 구성에서 벗어나 기성 방송사 못지않은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사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1994년 개국한 현대중공업 사내 방송(HHBS)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생활 속 상식, 건강 정보 등을 소개하는 ‘HHBS 매거진’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방송(HKN)은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영화퀴즈 코너를 만들었다. 사내 방송의 다양한 시도는 기술적 변화로도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외주제작업체에 방송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자체적으로 고화질(HD) 카메라와 편집시스템을 갖춰 방송사 못지않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해외 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포스코는 해외에서 촬영한 장면을 현지에서 직접 편집해 국내로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실시간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는 자원 개발 현장을 시청자인 임직원에게 좀 더 생동감 있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현재 매주 금요일 뉴스는 영어로 제작해 해외 임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소와 법인으로 송출하고 있다.

○ 직원의 눈과 귀를 잡아라

사내 축구팀이 230여 개(계열사 포함)에 이르는 현대중공업은 사원 축구대회인 ‘현대스리가’ 결승전을 생중계한다. 사내 아나운서가 캐스터로 변신해 현장 화면에 박진감을 높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축구 생중계는 각 사업장에 흩어진 20, 30대 젊은 직원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평일 오전 8시면 유명 요가강사 제시카가 요가 동작을 소개하는 체조 방송을 내보낸다. 생산직 직원의 비율이 높은 자동차회사의 특성상 본격적인 근무를 앞두고 아침체조 방송은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구호식 국민체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박은규 현대차 홍보팀 과장은 “자칫 의무적이고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아침 체조 이미지가 신선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 아나운서인 손승희 씨는 회사 내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회사 주도로 제작하던 사내 방송도 직원들의 참여가 늘면서 쌍방향 제작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서울과 전남 광양, 경북 포항의 각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 200여 명을 모아 ‘사내 커뮤니케이터’를 만들었다. 정재웅 포스코 홍보팀 과장은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방송 아이템을 제보하고 있어 방송 횟수 증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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