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농작물 무역적자, 고령화, 작황에 흔들리는 농산물 가격…. 일본 농업의 현주소는 황량하다. 낙후된 일본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느라 일본은 자유무역협정(FTA)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쓰러지기 직전의 쇠퇴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농업을 구하기 위해 일본 종합상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본 주간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종합상사들이 농업벤처나 농업생산법인과 손을 잡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쓰이상사는 2월 남부 구마모토 현의 농업생산벤처 ‘가지쓰도(果實堂)’에 2억 엔(약 26억 원)을 투자했다. 가지쓰도는 일본 최대의 새싹채소(베이비 리프) 재배 기업이다. 새싹채소는 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최근 일본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급 작물이다. 미쓰이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넓은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처 및 수출처를 확보해 성공 사례를 만들 계획이다. 미쓰이는 앞으로 전국의 농업벤처를 대상으로 투자를 늘려갈 예정이다.
일본 농업법인들도 종합상사의 참여를 반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농업은 ‘농민의 오랜 경험과 감’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신규 진입이 어렵고 이 같은 진입장벽은 농업의 고립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농업 기술 도입과 재배 관련 자료의 철저한 데이터베이스화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여기에 셈에 밝은 종합상사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접목하면 농업도 신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
종합상사가 가진 독자적인 유통망은 농가의 해묵은 고민을 해결해줄 수도 있다. 일본 농업은 전국 조직인 농업협동조합의 네트워크에 상품을 올려 시장에서의 경매를 통해 소매점으로 분산되는 것이 기본 유통구조다. 이 때문에 개별 농가는 상품에 대한 가격 결정권이 없고 시황에 따라 가격 변동도 심하다. 농가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해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종합상사가 출자한 농업법인은 모두 계약재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정확한 수요를 알고 그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을 수 있고 농작물의 품질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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