借屍還魂… 박제용 외환은행 前수석부행장 고별 e메일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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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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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銀에 편입돼도 정신 똑바로 차리면 부활” 해석

“차시환혼(借屍還魂)이란 말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떠나려 합니다.”

박제용 외환은행 전 수석부행장(57·사진)은 지난달 28일 외환은행을 떠나면서 전 직원에게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외환은행은 전날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 실시한 인사에서 박 부행장을 포함한 임원 9명 전원을 해임했다.

차시환혼은 중국의 병법서인 ‘36계’ 가운데 14계에 해당하는 말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시체를 빌려 부활한다’는 의미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빌려 원하는 것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박 전 부행장은 차시환혼의 뜻에 대해 “강한 정신력과 의지만 있다면 죽은 시체의 몸속에 들어가서라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적었다.

외환은행 안에서는 “하나은행에 편입되더라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외환은행은 영원할 것이라는 의지를 심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직원은 “은행 안에서 ‘차시환혼’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부행장은 최근 사석에서 “체이스맨해튼이 JP모건을 인수했지만 은행명은 ‘JP모건체이스’로 정해졌고 고객들도 JP모건을 더 많이 기억했다”며 “합병의 주체가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많이 어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부행장은 1981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뒤 2005년까지 24년간 홍보실장과 기업영업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2005년 7월 한국투자공사 설립과 함께 옮겼다가 6년 만인 지난해 8월 수석부행장으로 돌아왔지만 하나금융에 인수되면서 6개월여 만에 퇴임했다.

박 전 부행장이 e메일을 보내자 2일에는 윤종호 전 부행장(62)도 장문의 e메일을 통해 “(직원들을) 화끈하게 격려하고 지원해 드리지 못한 점이 너무도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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