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딸들의 베이커리, 카페 사업에 이어 재계 오너 아들들의 수입차 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어서는 등 판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가격 및 유통구조를 샅샅이 들여다보겠다고 하자 대기업 오너 2, 3세들이 손쉽게 진출해온 수입차 딜러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제조자와 판매자로 구분되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유통구조가 다소 복잡하다. 국내 대기업들의 수입차 판매는 ‘수입사(impoter)’가 아닌 ‘딜러(dealer)’ 개념이다. 보통 수입차 브랜드는 국내에서 사업 규모가 큰 경우 한국 내 판매법인이나 합작법인을 세워 공급을 담당하고 그 아래 여러 딜러를 거느리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 BMW가 있고, 한국법인인 BMW코리아가 세워진 뒤 그 아래에 딜러 계약을 한 대기업들이 자동차를 받아 매장에서 파는 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1일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영업하는 수입 브랜드는 총 21개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결과 이 중 대기업(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딜러십(대리점)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14개 이상(KAIDA 회원사 기준)이다.
벤츠 블루 이피션시.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동아일보DB
코오롱(BMW) 효성(벤츠·렉서스) 참존(아우디·벤틀리) 일진(혼다) 등은 자본력과 길게는 20년간 쌓아온 유통 노하우로 수입차 판매시장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한 해 1만 대도 안 팔리던 수입차가 점점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자 대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졌다.
학습지 전문출판사인 교학사와 제분업체인 동아원처럼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중견기업들도 수입차 판매시장에 뛰어들 정도였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조카이자 조중식 전 한진건설 사장 아들인 헨리 조 씨는 지난해 말 CXC모터스라는 수입차업체를 설립하고 일본 미쓰비시와 미국 캐딜락, 이탈리아 대형 트럭업체인 이베코의 딜러권을 따냈다. 두산그룹이 수입차 사업을 접은 계열사 DFMS도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 두산가(家) 4세들이 지분을 보유했다.
이들이 너도나도 수입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수입차 판매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상위 1% 고객을 겨냥한 사업이다 보니 경기흐름도 크게 타지 않고 재계 2, 3세들의 인맥을 활용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판매와 수리 서비스 등으로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다.
과당경쟁 뒤에 딜러사업을 따내면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해 ‘가격 거품’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전문업체가 아닌 회사들이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애프터서비스 문제도 발생한다.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공정위가 들여다보려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한편 두산그룹의 사업 철수 이후 코오롱 효성 GS LS 등 다른 대기업들은 아직 수입차 사업을 접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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