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기 20대 33만명 “그냥 놀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19시 21분


코멘트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사는 최우림 씨(27)는 대학 졸업 후 6개월 째 '백수'다. 졸업 후 3개월까진 여기저기 취직자리를 알아봤지만 변변한 면접 기회조차 잡지 못하자 구직활동을 포기했다. 최 씨는 "취직을 하고는 싶지만 뭔가를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며 "3월부터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하지만 취업에 성공할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0대 가운데 취업을 포기한 것을 의미하는 '쉬었음' 인구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20대 중 취업경험이 전무한 '취업 무경험 실업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청년실업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2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7000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3% 증가했다. 고용통계상 15세 이상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취업자 및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뉜다. 비경제활동의 이유는 육아, 가사, 재학, 장애, 취업준비 등 다양한데 '쉬었음'은 그야말로 특별한 이유 없이 직업은 물론 일자리를 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쉬었음'은 은퇴한 5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올 1월에는 이례적으로 20대 '쉬었음' 인구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전체 '쉬었음'에서 50대 이상 비중은 60.2%(2011년 1월)→57.6%(올 1월)로 줄어든 반면, 20대 비중은 14.1%→16.7%로 늘었다. 반면 취업준비생으로 볼 수 있는 재학·수강인구(전 연령대)는 1.1%(4만7000 명) 감소했다.

20대 장기 실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1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8%로 전년 동월대비 0.5%포인트 줄었지만, 20대 중 취업 경험이 없는 실업자는 3만9000 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4.1% 늘었다. 통상적으로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졸업시즌 직후인 3~5월에 급증했다가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1월에 취업 무경험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를 찾는 데 실패한 실업자가 쌓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다 보니 장기 실업자도 늘어나고,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백수' 인구도 증가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통계청 송성헌 고용통계과장은 "쉬었음 인구는 보통 50~60대 이상 은퇴자 중심으로 발생하는데, 올 1월에는 이례적으로 20대가 증가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추세적인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향후 2~3개월 통계가 더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