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몇 년 정신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처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년 만에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로 꼽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2012 CES를 둘러보고 밝힌 소감이다. 》 12일 오후(현지 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찾은 이 회장은 삼성전자 전시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 “더 멀리, 더 완벽히”
삼성전자는 이번 CES 참가업체 2700여 업체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관람객도 가장 많았고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이 회장은 ‘자만’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우리가 선진국보다 앞서가는 것도 몇 개 있지만 더 앞서가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도 TV, 갤럭시폰 등 잘하는 것이 몇 개 있지만 만족하지 말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깊이, 더 넓게 가져가야 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에 결코 만족하지 말고 ‘더’ 나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더∼ 시리즈’는 계속 이어졌다. 이 회장은 향후 삼성전자의 역할에 대해 “사업의 기본이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 개발하고, 깊이 들어가야 되는 것이지만 이제 이 정도 가지고도 안 되겠다”며 “더 깊이 미래를 직시하고, 더 멀리 보고, 더 완벽하게 기술을 가져가야 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단과의 회의에서도 “미래에 대해서 더 충실하게 생각하고, 상상력, 창의력을 활용해 힘 있게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경영에 참여하는 자녀들에 대해서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자녀들의 역할을 언제쯤 늘릴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열심히들 공부하고 있는데, 하는 것 보고 해야겠다”고 답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이냐”고 되묻자 “그렇기도 하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그룹 경영은 이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두 딸 손 잡고 전시장 둘러봐
이날 이 회장은 한 손으로는 이부진 사장, 다른 손으로는 이서현 부사장의 손을 꼭 잡고 삼성 전시장을 둘러봤다. 바로 뒤에 부인 홍라희 여사, 또 몇 걸음 뒤에 이재용 사장이 뒤를 따랐다.
전시장에 들어선 이 회장은 윤부근 CE(소비자가전)담당 사장으로부터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화 킷으로 성능 개선이 가능한 ES8000 등 주력 TV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75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보며 “색깔 좋은데”라고 칭찬하기도 하고 3차원(3D) 안경을 직접 써보기도 했다.
20여 분간 전시장을 둘러본 뒤 이 회장은 전시장 내 VIP 회의실로 이동해 사장단에게 보고를 받았다. 보고를 마친 뒤 최지성 부회장은 “경쟁사의 좋은 제품과 눈에 띄는 기술 등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비디오로 찍어서 보고를 드렸다”며 “회장님은 칭찬 별로 안 하시는 분이에요. 아무 말씀 안 하시면 칭찬으로 받아들여야지요”라고 회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회장이 이날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은 너무 앞선 나라였는데 지금은 힘이 좀 빠져 버린 것 같고, 중국은 젊은 나라이고 열심히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평가했다. ○ 2010 vs 2012 같은 점과 다른 점
2010년 이 회장은 같은 자리에서 LED TV, e북, 옴니아2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의 당시 최신 제품들을 둘러봤다. 하지만 2년 사이 삼성은 e북은 사업을 접었고 옴니아 시리즈는 애플 아이폰의 돌풍에 사실상 패배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절치부심해 개발한 새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로 명예를 회복했지만 당시 이 회장의 “까딱 잘못하면 구멍가게 되겠더라”라는 말이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을 절감했다.
2010년 이 회장은 소니와 LG 등 경쟁사 부스를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삼성만 둘러보고 떠났다.
한편 이 회장의 현장경영은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13일(현지 시간) 전용기편으로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일본 도쿄(東京)로 향했다. 이 회장은 약 1주일간 삼성 일본본사 등을 둘러본 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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