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低價) TV 시장을 둘러싸고 유통업계와 전자업계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이 잇달아 가격을 크게 낮춘 TV를 선보이자 자사 주력제품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 전자업체들이 혹평을 쏟아내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2012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대형마트 TV를 두고 “LG전자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생산할 수 없는 품질”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연구원은 “한 대형마트의 TV를 분석해보려고 샀는데 그중 한 대는 곧바로 고장났다”며 “사후관리 비용을 생각하면 싼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유통업체들이 저가 TV를 내놓으며 전자업체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작년 6월부터다. 당시 롯데마트는 국내 가전회사 모뉴엘과 제휴해 3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인 ‘통큰 TV’를 49만9000원에 내놓았다. 10월엔 이마트가 대만 TPV사와 함께 32인치 초고화질(풀HD) 발광다이오드(LED) TV ‘이마트 드림뷰’를 같은 가격에 선보였다. 이에 롯데마트는 12월 풀HD LED TV인 ‘통큰 LED TV’로 반격했다. 옥션과 11번가도 경쟁에 합류해 저가형 TV 열풍에 불을 붙였다. 11번가가 11일 내놓은 ‘쇼킹 TV’는 22시간 만에 준비한 2000대가 모두 팔리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업계들끼리도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간다. 롯데마트는 통큰 LED TV를 출시하면서 이마트 TV의 화면주사율은 60Hz(헤르츠)인 데 비해 자사 TV는 120Hz라는 점을 앞세웠다. 120Hz이면 1초에 120장의 화면이 교체된다는 뜻. 숫자가 높을수록 화질이 선명하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업체별로 화면주사율 산정방식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11번가는 “이마트는 대만산 패널을 사용하지만 자사는 국내산을 사용해 품질이 더 좋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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