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빨간국물’ 시장은 갈망하고 있었다 ‘하얀국물’의 반란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2011년 베스트 마케팅’ 꼬꼬면 성공비결

《 3월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 마케팅1팀 차장은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라면 경연편’ 세 번째 녹화를 마치고 돌아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녹화 당시에는 개그맨 이경규 씨가 출품한 ‘꼬꼬면’을 먹으면서 ‘거참, 맛있네’라는 생각만 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심사위원으로 함께 참여한 경쟁 기업에서 꼬꼬면을 상품화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잠을 못 이뤘다. 그는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가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꼬꼬면을 브랜드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화를 끝내자마자 최 차장은 회사로 출근해 경영진에게 꼬꼬면을 상품화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경영진도 최 차장 못지않게 빨랐다. 바로 상품 개발에 착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한국야쿠르트는 이 씨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
꼬꼬면의 성공에는 이경규 씨와의 방송 출연이라는 우연한 계기가 작용했지만 한국야쿠르트의 빠른 의사결정과 개방형 협력 체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꼬꼬면 탄생의 핵심 주역인 한국야쿠르트 최용민 차장과 이경규 씨(오른쪽). 한국야쿠르트 제공
꼬꼬면의 성공에는 이경규 씨와의 방송 출연이라는 우연한 계기가 작용했지만 한국야쿠르트의 빠른 의사결정과 개방형 협력 체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꼬꼬면 탄생의 핵심 주역인 한국야쿠르트 최용민 차장과 이경규 씨(오른쪽). 한국야쿠르트 제공
8월 2일 선보인 꼬꼬면은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매장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폭주하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품절 사태도 벌어졌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월 평균 1500만 개씩 팔렸다. 꼬꼬면 판매 가격은 일반 라면보다 다소 비싼 1000원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속하지만 빨간 국물이 선점하던 라면 시장에서 하얀 국물 바람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5호(2011년 12월 15일자)는 ‘2011년 베스트 마케팅’ 사례로 꼬꼬면을 선정하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 변화 감수성과 기회 민첩성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듯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은 고착화된 상황도 언젠가는 변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변화의 전조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이를 혁신의 계기로 신속히 전환시킬 수 있는 내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라면 시장에서 하얀 국물로 대표되는 변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일본 라면이나 크림 파스타의 유행, 일본식 주점의 인기 메뉴로 부상했던 나가사키 짬뽕 등이 그 같은 징후였다. 고객은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붉은 쇠고기 국물 맛과 대별되는 새로운 미각을 갈망하고 있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같은 갈망을 예민하게 감지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자의 자격이나 이경규 씨가 만들어 놓은 절호의 마케팅 기회를 누구보다 신속하고 민첩하게 활용했다. 최용민 차장은 방송 녹화 때 꼬꼬면을 먹는 순간 상품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일반적으로 라면 신제품 개발에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리는데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이 방송된 지 4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후위 업체로서 의사결정 과정부터 실행까지 민첩하게 움직여 성과를 얻은 것이다.

○ 진정성-호혜성 기초한 개방형 혁신


첨단 기술이나 정보기술(IT) 산업에나 어울릴 법한 ‘개방형 혁신’이라는 화두는 사실 매우 다양한 업종과 업무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 씨가 만든 꼬꼬면이라는 브랜드와 레시피를 전적으로 존중하고 수용했다. 특히 이 씨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홍보 관점에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 전 과정에서 긴밀한 협업을 전개함으로써 꼬꼬면의 맛을 재현하려 노력했다. 또 제품 성공의 결실이 협력 파트너인 이 씨에게도 호혜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공정한 배려를 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국내 라면업계에서 4위인 한국야쿠르트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부와의 제휴를 통해 신제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부대찌개 프랜차이즈 업체인 놀부BNG와 제휴해 놀부 부대찌개 라면을 내놨고, 2009년에는 강력한 매운맛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된 라면가게 ‘틈새라면’과 함께 ‘팔도 틈새라면 빨계떡’을 선보인 바 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전부터 외부와의 활발한 제휴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내부에서 갖고 있지 못한 자원을 개방형 혁신을 통해 보완함으로써 적시에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 고객과의 수평적인 소통


꼬꼬면의 개발 및 출시와 관련해 한국야쿠르트는 고객과의 수평적인 소통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였다. 제품 출시 이전에 파워 블로거들에게 시제품 시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피드백을 수용함과 동시에 입소문을 창출하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화제를 이어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제품 출시 초기에 조리 시 물 권장량을 일반 라면과 같이 550mL로 표기했다가 그럴 경우 국물이 싱거워질 수 있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물 권장량을 500mL로 수정해 표기한 것은 수평적 소통의 대표적인 사례다.

○ 생생한 스토리텔링


꼬꼬면은 탄생부터 소비자들에게 생생한 이야깃거리를 선사했다. 이경규 씨는 ‘남자의 자격’에서 일반인 참가자들과 동등하게 토너먼트 방식의 요리 경연대회에서 경쟁했다.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꼬꼬면의 전 개발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치 자신이 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꼬꼬면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소비자들은 품절 사태를 빚었던 꼬꼬면에 대해 ‘레어템’(찾아보기 힘든 제품이라는 뜻으로 rare와 item을 합해 만든 조어)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면서 꼬꼬면 시식기 등을 자발적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특별한 이야기는 평범한 제품을 특별한 것으로 바꿔놓는다. 제품에 덧붙여진 이야기는 곧 ‘내 이야기’가 되고 이는 정서적 일체감을 일으키면서 제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 향후 과제


사실 꼬꼬면의 성공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 관점에서 이경규 씨의 공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하게 주어진 조건과 상황 아래 그 어떤 경쟁자보다 결단력 있고 민첩한 실행력을 보여준 한국야쿠르트의 공 또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꼬꼬면이 수없이 명멸한 단기 히트 상품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시장 조성자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독특한 맛의 라면을 넘어 새로운 라면의 개념과 트렌드를 창출하고 이를 새로운 카테고리로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의 화제성에서 나아가 좀 더 진전된 화두를 고객과 공유해야 한다. 하얀 국물의 꼬꼬면이 기존 붉은 쇠고기 국물 라면과 무엇이 다른지, 그 다른 점이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또 한국야쿠르트는 오늘의 꼬꼬면을 탄생시킨 핵심 성공요인들인 민첩성, 개방형 혁신, 수평적 고객 소통을 차별적 조직 문화로 구축해야 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안상훈 마케팅인텔라이트 대표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5호(2011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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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부르는 측근정치

▼ 전쟁과 경영/토목보의 變: 속병 든 明나라, 황제를 빼앗기다


명나라 6대 황제인 영종은 평생 궁중에서 자랐다. 군사적 재능도 거의 없었다. 환관의 전횡이 심해져 나라도 뒤숭숭했다. 그러던 중 몽골계 부족인 오이라트가 변방을 침략하자 영종은 최측근 환관이던 왕진의 말만 믿고 오이라트 정벌에 나섰다. 모든 신하가 만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왕은 기어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변방지역인 다퉁으로 향했다. 결국 선발대가 몰살당했다. 왕진은 급히 회군하기로 했다. 그런데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자신의 저택에 머물며 황제를 대접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을 택했다. 발 빠른 오이라트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결국 영종은 토목보에서 오이라트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측근정치가 얼마나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 Voice from the field/노조, 사회 공헌 눈 뜨자 몰입과 만족 찾아왔다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의 주체라는 인식은 아직 생소하다. 노조는 경영진으로부터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이 목적에만 충실했다면 노조는 존재의 목적을 다한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노조는 그 규모가 커지고 활동 폭이 넓어졌다. 노조의 활동 결과는 구성원과 그 가족은 물론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노조를 단순히 스스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된 단체로만 인식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노조가 사회적 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을 이행해야 한다는 기대가 확산되는 것은 이러한 흐름과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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