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품 權-완제품 崔’ 투톱으로… 승진 8명 등 사장단 17명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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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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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권오현-정연주 부회장 승진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가 최지성 부회장과 권 부회장의 ‘투 톱 체제’로 명확하게 재편됐다. 권 부회장이 부품 분야를, 최 부회장이 완제품 분야를 나눠 맡아서 애플과의 특허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의 ‘중핵 경영진’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은 7일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6명, 전보 9명 등 총 17명의 2012년 사장단 인사 내정자를 발표했다.

이번 정기인사 규모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올해는 여러 차례 수시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화의 폭은 작지 않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예고했던 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자녀들의 승진은 없었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시니어 리더십’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소속 계열사에서 좋은 성과를 낸 권 사장과 정 사장을 부회장으로 발탁하고, 중국 본사의 강호문 부회장을 삼성전자로 불러들였다.

특히 권 부회장의 승진으로 삼성전자는 완제품과 부품 분야를 명실상부하게 독립된 회사처럼 운영하게 됐다.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완제품은 최지성 부회장이 맡고,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부품은 권 부회장이 책임지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7월 부품사업을 한데 묶어 ‘DS(디바이스솔루션)’ 총괄조직을 만들고 당시 반도체사업부 사장이던 권 부회장을 총괄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사실상 투 톱 체제로 각 부문의 의사결정도 따로 이뤄져 왔다. 이번 인사는 투 톱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부품 분야에선 주요 고객이면서 동시에 특허전을 벌이고 있는 애플을 의식한 인사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권 부회장이 내년 1월에 열릴 이사회에서 최 부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LCD 실적 부진으로 7월 경질됐던 장원기 사장은 통상 부회장 자리였던 중국 본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조직에 자극을 주기 위해 장 사장을 경질했지만 시장 상황으로 인한 매출 부진이었다”며 “반도체 및 LCD에 관한 장 사장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이철환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개발담당 임원이 사장으로 임명된 첫 사례가 됐다. 갤럭시 시리즈를 세계 스마트폰 1위에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삼성전기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올라선 최치준 사장은 내부 승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들이 맡아 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전자 이외의 계열사에서도 최고경영자 후보군이 양성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이 제일모직으로 옮기는 것은 패션 위주인 제일모직을 전자소재 및 케미컬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이서현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금융 계열사에서는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삼성자산운용으로, 김석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삼성증권으로 이동해 자리를 맞바꿨다.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과 서준희 에스원 사장, 김상항 삼성생명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옮겼다.

이건희 회장이 8월 여성 임원들에게 “여성도 사장까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관심이 쏠렸던 여성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사장단의 평균연령은 56.3세에서 55.8세로 약간 낮아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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