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성 강조 재건축 정책’ 놓고… 권도엽 “反서민적” vs 서울시 “법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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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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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장관-서울시장 충돌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정책은 친서민정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왼쪽), 박원순 서울시장은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염치가 먼저입니다”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DB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정책은 친서민정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왼쪽), 박원순 서울시장은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염치가 먼저입니다”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DB
25일 오전 7시 10분경,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예고 없이 정부과천청사 1층 기자실을 찾았다. 권 장관은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10여 분간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건축 관련 주택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박 시장의 주택정책은 친서민 정책이 아니다. 서울시민을 결국 서울 밖으로 몰아낼 뿐이다’라는 게 요지였다. 전날 서울시가 박 시장 취임 이후 불거진 재개발·재건축 ‘속도조절론’을 해명하겠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서는 다시 한 번 ‘재건축 공공성’을 강조하자 권 장관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박 시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염치가 먼저’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권 장관을 비난했다. 양측이 이처럼 날선 공방전을 펼친 배경은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공공성 강화 방침이 그동안 국토부가 추진해온 주택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이지 정책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은 공공성에 중점을 두고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고 녹지와 주민편의 시설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은 가뜩이나 침체된 서울 주택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공성 강조는 해당 사업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사업 포기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는 다시 주택공급 감소→전세시장 불안 증폭→서민부담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건설·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해 전월세 시장 및 서민주거 안정을 추진해온 국토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시의 재건축 공공성 강화 방침을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권 장관은 25일 “1000만 명인 서울시 인구를 수용하려면 주택 500만 채가 필요한데 지난해 서울시 주택은 340만 채에 불과했다”며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녹지를 확보하고 층수를 제한하면 주택총량이 부족해져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는 서민들이 서울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박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서울시장의 재건축 정책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관, 녹지만을 강조하는 정책은 이런 점에서 반서민적 정책이다. 진정으로 서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헤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 답변 도중 ‘서울시 주택정책이 서울 밖으로 서민을 몰아내는 것이라는 권 장관의 발언, 염치가 먼저입니다. 그게 상식이지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는 정부가 시 정책을 비난하기보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개발·재건축 심의 과정에서 녹지, 임대비율, 층수 등의 문제는 법에 정해진 대로 한다”며 “박 시장의 최우선 과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서민주거 안정을 꾀하는 것”이라며 권 장관의 지적에 반박했다. 한편 이처럼 양측이 재건축·재개발 정책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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