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대 시빅, 진보를 기대했지만 반전조차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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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6일 1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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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깊숙이 밟아도 좀처럼 가속이 붙지 않는다. 고개를 숙여 내가 가속페달을 제대로 밟고 있는지 확인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하면 가솔린 모델은 시원스러운 달리기 성능을 보여줬지만 저속과 고속에서 일관되게 가벼운 핸들링과 커브 길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움직임, 답답한 제동력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지난 14일 강원도 춘천일대에서 혼다코리아의 신차 ‘올 뉴 시빅’의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이번 9세대 시빅은 1972년 처음 출시된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전 세계 160개국에서 2000만대가 넘는 누적판매를 기록한 월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혼다코리아의 정우영 사장은 “9세대 시빅은 성능과 실용성을 모두 추구하는 고객의 필요를 적극 반영한 모델이다. 39년간의 명성을 앞으로도 신차를 통해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부진한 판매를 기록한 혼다에게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모델의 투입은 향후 안정적인 판매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혼다코리아는 시승에 앞선 차량 설명을 통해 이번 모델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원 모션 실루엣, 엔진 및 차량 경량화를 통한 연비 및 승차감을 향상시킨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외관을 살폈다. 가솔린 모델의 전면은 이전 세대에 비해 전면부의 역동적인 디자인과 얇아진 A필러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루프라인을 따라 이어지는 잘 정돈된 트렁크 라인은 안정된 느낌과 볼륨을 강조한 범퍼 디자인으로 무게감이 느껴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공기저항을 최소화 하는 15인치 전용 알루미늄 휠을 적용했다. LED 후미등과 전면 그릴, 전조등에는 블루컬러로 포인트를 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9세대 시빅은 외관이 살짝 바뀌었지만, 지난해 말 출시된 ‘인사이트’와 유사한 느낌으로 역동적이며 고급스럽다.외관에 비해 인테리어는 많이 변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비행기 조종석을 닮은 디자인으로 버튼의 조작성이나 시인성에 바탕을 둔 설계가 인상적이다. 중앙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상단부가 돌출돼 떠 있는 듯 설계됐고 운전석 쪽으로 기능을 집중 배치했다. 새롭게 도입된 멀티플렉스 미터(Multiplex meter)는 디지털 속도계를 계기판 상부에 둬 차량속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우측 5인치 LCD 모니터를 통해 주행정보, 오디오 등의 차량정보를 쉽게 파악 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약 13km의 구간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켠다는 게 그만 비상등 스위치를 눌렀다. 버튼 시동 스위치는 핸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며 비상등 스위치와 색상과 모양이 비슷했다.

일단 엔진에 시동이 걸리자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정숙한 실내와 저속에서 모터만 작동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승차감은 전 세대에 비해 좀 더 편안한 느낌이다. 가속성능의 테스트를 위해 100km/h 이후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실어봤다. RPM이 급격히 상승하며 엔진이 힘겨운 소리를 내뿜었지만 속력은 쉽게 붙질 않는다.
신호에 걸려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자 LCD 모니터를 통해 배터리가 충전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차가 완전히 정차하자 시동이 자연스럽게 꺼졌다. 비록 시승거리가 짧았지만 일반적인 주행보다 좀 더 높은 RPM을 사용하고 고속주행과 급가속, 급정거를 테스트했다. 차에서 내리며 평균연비를 확인해 본 결과 19.3km/ℓ의 수치를 보였다.가솔린 모델은 46국도와 고속도로의 코스로 53.6km의 구간에서 테스트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버튼식이 아닌 키를 삽입해 시동을 거는 방식이다. 그 밖에 인테리어 구조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후방 카메라,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등이 제외됐다.

핸들링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해 조금 더 묵직했지만 저속과 고속에서 일관되게 너무 가볍고 유격이 있었다.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주행하자 차체의 후미가 바깥쪽으로 자꾸 밀려나가 불안한 느낌이다.
가솔린 모델의 엔진은 최고출력 142마력, 최대토크 17.7kg.m의 성능을 가졌다. 가속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엔진이 굉음을 내며 RPM이 급상승하고 시속 120km에서 160km에 이르기까지 발군의 달리기 성능을 발휘한다. 급가속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일정속도를 넘어가자 엔진음과 풍절음, 도로의 소음이 실내로 그대로 유입됐다. 주행을 마친 후 측정한 연비는 12.5km/ℓ.

짧았던 테스트 주행을 마쳤으나 시빅에 대해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9세대에 걸쳐 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좀 더 진보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내외부 디자인과 연비의 개선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부분을 찾기가 힘들었다.

판매가격은 가솔린 모델의 경우 보급형 LX 2690만원, 고급형 EX 2790만원, 하이브리드는 3690만원이다.

춘천=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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