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4일 공동선언문에서 중국 위안화 문제와 관련해 환율 유연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위안화 평가절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정상들은 또 유럽 부채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G20 정상들은 이날 프랑스 칸에서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알려진 후 미국과 유럽의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 위기 해결에 G20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반영했다.
○ IMF 재원 확대 구체방안 합의 못해
정상회의 폐막과 함께 발표된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외환보유액이 많은 나라들(중국을 지칭)은 환율 유연성 확대와 내수 진작을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상을 위한 G20의 공동 노력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공동선언문에는 또 “G20은 적절한 시기에 IMF의 재원을 추가로 늘리기 위해 준비하고 재무장관 회동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IMF의 재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나 그 구체적인 방법은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G20은 유럽 부채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IMF의 재원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가능한 한 빨리 행동에 들어갈 것이며 IMF 내에 새로운 ‘트러스트 펀드’를 만드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20 “韓-中등 재정여력國 내수진작 공조”▼
트러스트 펀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함께 유로존 국가에 대한 대출을 담당하게 된다.
회담 관계자들은
IMF 재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2012년 가을쯤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특히 IMF 결제
수단인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SDR는 IMF의 기축통화인 달러와 금을 대신해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제3의
세계화폐를 말한다. 이를 통해 IMF 재원을 확대함에 따라 유로존 위기 해소 및 글로벌 유동성을 늘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G20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할 IMF의 재원 확대를 위한 어떤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지 못한 것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G20은 유럽의 문제는 유럽이 풀어야 한다는 숙제만 남기고 말로만 위기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채 IMF 재원 확대 문제는 내년 2월로 미뤘다”고 전했다. 유럽과 미국 증시 역시 G20의 합의에 대해
알맹이가 없고 특히 IMF의 재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으로 모두 하락세를 나타내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IMF 재원 증액 문제에 대해 “지금은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때”라며 “IMF 자금 확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IMF 자금을 늘려야 한다면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국가별 IMF 쿼터(지분) 조정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한국의 쿼터는 현재
1.41%(18위)에서 1.8%(16위)로 증가하게 된다.
그동안 미국과 EU 등은 글로벌 경제성장의 한 축인
중국이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상해 미국 등의 무역적자 해소를 도와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선언문
초안에서는 중국이 명시된 채, ‘환율 유연성’에 노력한다고 했으나 최종안에서는 빠져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최종 성명의 문구가 애매해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와 함께 유럽 부채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연금 상향 조정과 규제 개혁 추진 상황에 대해 EU와 IMF의 감독을 받기로
합의했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G20 정상 합의 중 유럽 금융위기 해법과 관련해 “유일하게 알맹이가 있는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는 “감시나 감독이 아닌 조언을 받겠다는 뜻”이라고 부인했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IMF가
참여하는 모니터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터키 원전사업 진출 가능성
이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4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터키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양국이 실질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 원전 건설에 한국 측의 참여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실질적 협상을 해나가자”고 답했다고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두 정상은 또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내 마무리짓고 방산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터키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에르도안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터키 측이 한국의 지진 피해 복구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2015년 G20 정상회의 유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지진으로 피해를 본 터키 측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차기 G20 정상회의는 내년 6월
멕시코에서 열린다.
○ MB, 이례적인 그리스 비판
이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그리스 재정 위기와
관련해 “고통이 따르더라도 당사국들의 구조개혁만이 근본적인 위기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뒤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개혁 등 4대 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고통을 딛고 위기를 극복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2만3000개 중소기업이 부도나고 실업자가 200만 명이 생기는 고통을 경험한 후 2년 만에 성장한 경험을 거론하면서
그리스도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사국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는 지원을 하더라도 제2, 제3의 문제를 또 일으킬 수 있다”며 “구조조정을 받아야 할 국가들은 과격할 정도의 구조조정을 해야만 지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그리스 총리가 재정 위기와 관련해 ‘EU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게 맞는가’를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했던 것을 “과격한 조치”라며 매섭게 비판했다. 한국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특정 국가의 도덕적 해이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발언이 좀 셌다. 그러나 (EU 구제금융에 대한) 국민투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내가 총대를 멨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서울에 도착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칸=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