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LTE폰 구입이 겁나는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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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2009년 11월 말 애플의 ‘아이폰’이 판매되면서부터입니다. 이제 2년이 다 돼 갑니다. 그때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옴니아2’ 스마트폰을 산 소비자가 12월 한 달에만 50만 명이 넘습니다. 그들이 2년 약정에서 벗어나 움직일 때가 왔습니다.

통신사들은 이 소비자들을 맞이할 준비에 정신이 없습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롱텀에볼루션(LTE)이라는 4세대(4G) 이동통신망을 깔아놓고 소비자에게 5배 빠른 속도의 새 스마트폰을 사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 열광했던 이 50만 명의 소비자야말로 높은 통신비를 기꺼이 감당할 뜻이 있는 얼리어답터이자 우수 고객이니까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LTE 쓰지 마세요.

2년 전 제 한 달 휴대전화 요금은 3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2009년 말, 스마트폰을 쓰게 되자 통신사는 월 4만5000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고지서에 찍혀 나온 요금은 기기 할부금과 10%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월 6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 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라는 게 나왔습니다. 무선인터넷을 쓰다가 요금폭탄 맞는 게 걱정된다면 월 1만 원만 더 내고 월 5만5000원 요금제로 옮기란 것이었죠. 금세 월 통화료가 7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1년여 만에 두 배가 오른 겁니다.

스마트폰 통화료는 원래 비싸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다음엔 무제한 데이터니까 돈을 더 내라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이제는 LTE입니다. 복잡한 설명이 잔뜩 나오지만 결론은 월 6만2000원을 내란 소리입니다. 참, 예전처럼 무제한 데이터를 쓰려면 월 9000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결국 기존처럼 스마트폰을 쓰려면 ‘5배 빨라지는 대가’로 월 1만76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24개월이면 42만2400원입니다.

2년 동안 40만 원 넘는 돈을 바쳐야 하는 이유는 속도입니다. 그 속도로 영상도 보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2005년에 쓴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현재 쓰이는 3세대(3G) 통신기술 가운데에서도 뒤떨어진 기술인 HSDPA라는 기술을 소개한 기사인데도 “휴대전화로 영상도 보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한다”고 썼습니다. 당시 통신사들의 홍보문구를 믿고 받아써준 것이죠. 6년이 지났습니다. 통신사들은 LTE를 홍보하면서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합니다. 휴대전화로 영상도 보고 음악도 듣기 위해 또 40만 원을 더 내라는 겁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쓰는 3G 통신망에서도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러지 못한다면 이야말로 이런 서비스를 약속했던 통신사들이 소비자에 대한 계약을 어긴 겁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돈을 더 내고 LTE를 써야만 하는 걸까요.

통신사들은 신규 투자를 통해 5배 빠른 통신망을 만들었으니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풍년을 맞은 농부가 더 많은 배추를 수확하느라 더 많은 땀을 흘렸다며 배춧값을 올려 받겠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농부는 눈물을 흘리며 밭을 갈아엎지요. 그런데 왜 통신사만 자기들이 돈을 더 썼다고 돈을 더 받습니까. 소비자는 호구가 아닙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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