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사내 SNS에 글 올리니 ‘행장 인증샷’ 요구”

  • 동아일보

“국책은행의 딱딱한 기업문화를 바꿔 수출입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습니다.”

취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김용환 수출입은행장(59·사진)의 다짐이다. 그는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뒤 올 2월 수출입은행장이 됐다. 그는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관료 출신이지만 수출입은행에 부임해 보니 직원들이 문서작업과 보고 절차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빼앗겨 깜짝 놀랐다”며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매주 월요일 열리는 본부장회의 결과를 인트라넷에 게시하고 행장에게 올라오는 문서도 대부분 전화 보고로 바꾸는 일을 가장 먼저 했다”고 소개했다.

김 행장은 직원들의 개인별 인사고과 및 승진가능 점수를 공개하는 한편 탄력근무제도 도입했다.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6월 수출입은행의 사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EXIM 자휴인’을 만들자마자 ‘나행장’이라는 필명으로 경영방침 및 비전에 관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진짜 행장인지 믿을 수 없으니 인증샷(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올려 달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고 했다. “나름 젊은이들의 문화에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인증샷’이라는 말을 몰라 무척 헤맸다”며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정책으로 20% 정도 임금이 깎인 2009년 이후 입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해외연수도 실시해 이들의 ‘기 살리기’에도 힘썼다. 김 행장은 “ ‘즐겁게 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습득할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가장 옳다고 믿는다”고 해외연수를 실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향후 성장동력을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프로젝트 금융 주선사업에서 찾겠다고 말했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도로 건설 같은 대형 해외 프로젝트는 선(先)금융, 후(後)발주 방식으로 바뀌고 프로젝트 규모도 최소 20억 달러(약 2조3400억 원)로 커지면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는 “수출입은행이 일반 은행들로부터 돈을 끌어오고 해외 정부에도 자금 조달을 보증한 뒤 해당 프로젝트의 수익금을 기업과 나누면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라며 “LG화학이 카자흐스탄에 짓는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의 건설비용을 수출입은행이 조달한 것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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