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기업금융 약골… 임원회의땐 모두 예스맨… 송두리째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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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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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기업금융 시장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바탕으로 반드시 국내 리딩뱅크의 지위를 되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기업금융 시장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바탕으로 반드시 국내 리딩뱅크의 지위를 되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기업 고객 유치에 다걸기(올인)해 리딩뱅크의 지위를 되찾겠습니다.”

한때 한국의 독보적인 리딩뱅크였으나 신한금융지주에 그 자리를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수장(首長) 어윤대 회장이 기업금융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1등 은행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 회장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 국내 대표기업의 실질적인 주거래은행이 됐고 올해 국내 발전소 신디케이션론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리딩뱅크 지위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받던 기업금융 시장에서의 성과를 소개했다. 소매금융의 강자이지만 기업금융의 약체로 평가받던 KB금융의 체질 변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기업금융은 결국 ‘인재장사’인데, 과거 KB금융은 적합한 인재도 없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사업을 벌였다”며 “2009년보다 24%나 증가한 3조1473억 원의 충당금 전입액을 지난해 쌓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은행권 최초로 대기업 금융그룹을 신설하고 이찬근 전 골드만삭스증권 한국 대표를 부행장으로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어 회장은 대기업 오너와의 친분을 이용해 영업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광모 씨의 결혼식 때 주례를 섰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과도 오랜 친분이 있다.

KB금융은 올 상반기에 순이익 1조5749억 원을 거둬 순이익 규모가 작년 상반기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84% 급감한 883억 원이었고, 특히 작년 4분기에는 2307억 원의 적자를 낸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신장세다. 그는 “KB금융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 회장은 대학 총장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큰 차이가 조직문화에 있다고 했다. 그는 “임원회의를 하면 다들 내 말만 들을 뿐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며 “너무 답답해서 비서에게 임원들의 발언 횟수를 적으라고 시킨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사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기만 하면 대출 등 여러 사업에서 엄청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통이 전무한 보수적인 금융계의 문화를 바꾸는 데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는 “나와 대통령의 관계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지만 작년 7월 KB금융 회장 취임 후 대통령을 만난 적도, 전화 한 번 한 적도 없다. 청와대는 물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사 관련 (청탁)전화를 받은 적이 없는 CEO는 나뿐일 것”이라며 “KB금융 역사상 가장 독립성 있는 CEO”라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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