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엄청난 굉음과 스피드… “탁 트인 서킷, 온 가족이 함께 즐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마스터스 F3’ 현장

마스터스 F3 대회가 열린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서킷은 수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펠렉스 로젠비스트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사진 오른쪽). 금호타이어 제공
마스터스 F3 대회가 열린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서킷은 수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펠렉스 로젠비스트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사진 오른쪽). 금호타이어 제공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서킷 주차장은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서킷 주 출입문에서 관람석으로 향하는 길은 인파가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었고, 2차로 도로에는 VIP들을 태운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12일부터 14일까지 이곳에서는 ‘마스터스 F3’ 대회가 펼쳐졌다. 유로 F3, 독일 F3, 이탈리아 F3 대회에서 최상위권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관중의 열기는 뜨거웠다. 2만 석 규모의 관람석 스탠드는 꽉 찼고, 스탠드에 입장하지 못한 관중은 서킷 곳곳에 위치한 잔디밭에 편하게 앉아 맥주와 음료수를 마시며 경기를 지켜봤다. F3 머신이 뿜어내는 열기와 굉음, 그리고 열광하는 관중의 환호성이 뒤엉킨 잔드보르트 서킷은 모터스포츠 축제의 장이었다.

○ 관람객 봇물

F1, F3의 앞자인 F는 ‘포뮬러’를 뜻한다. 포뮬러는 양산형 자동차와 달리 앞이 뾰족하고 커다란 바퀴가 외부로 돌출된 경주용 자동차(머신)다.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에 참가하는 자동차인 만큼 특별히 개발된 엔진과 타이어가 탑재된다.

전남 영암 F1 대회를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F1은 모터스포츠의 최상위 클래스 대회로 2400cc엔진을 장착해 780마력의 힘을 내는 머신들이 참가한다. 아래 단계로는 GP2(2400cc, 580마력)와 F3(2000cc, 250마력)가 있다.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된 유럽에서는 F1뿐만 아니라 GP2, F3 대회에 수많은 관중이 모인다. 이날 열린 마스터스 F3에도 총 4만5000여 명의 관중이 서킷을 찾아 모터스포츠의 진수를 지켜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가족 단위 관중이 많았다는 점. 굉음과도 같은 엔진음이 낯설 법도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부모의 손을 잡고 경기를 지켜봤다. 마스터스 F3 관람을 위해 벨기에에서 왔다는 데니스 아노우스 씨(38) 역시 부인은 물론 여덟 살 난 아들, 두 살배기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탁 트인 서킷에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모터스포츠의 매력”이라며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 F3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서킷을 찾은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귀띔했다.

모터스포츠의 역사가 수십 년이 넘는 유럽의 모터스포츠가 만들어낸 풍경인 셈이다. 대회 조직위 역시 이 같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날 본 경기에 앞서 10대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카트 레이싱 대회, 드리프트 시범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열렸다.

○ 극한 성능의 경연장

극한의 상태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F3 대회는 유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기술력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각 회사는 F3 대회를 통해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한편 엔진, 타이어 등 관련 부품의 기술력을 축적한다.

이번 대회에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레이싱팀들이 참가해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조직위는 “레이싱팀을 통해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큰 홍보”라며 “이 밖에 VIP 고객을 초청해 페독, 서킷 등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2002년부터 마스터스 F3의 공식 타이어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역시 마스터스 F3 대회를 통해 적잖은 인지도 제고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금호타이어 조동근 상무는 “다양한 노출을 통해 관람객들이 금호타이어를 인식하고 돌아가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라며 “여기에 마스터스 F3 대회를 통해 타이어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10년 동안 마스터스 F3 공식 타이어 스폰서로 활동하며 초고성능타이어(UHP·Ultra High Performance)의 기술을 축적했다. 레이싱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와 달리 가혹한 조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초저중량, 고강도의 구조를 갖추고 고속 코너링 시 차량의 무게중심과 접지력을 유지해주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레이싱 타이어의 기술은 고스란히 UHP 타이어에 적용된다. UHP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영업 이익도 높다.

금호타이어는 “공식 타이어 스폰서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해당 타이어의 기술력에 대한 레이싱팀들의 추천과 믿음이 있어야만 공식 타이어 스폰서로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2년 금호타이어가 처음으로 공식 타이어 스폰서로 참가할 때만 해도 각 팀은 “금호타이어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자사 UHP 타이어를 각 팀에 무상으로 제공하며 “우리 제품을 한 번 사용해 본 뒤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고, 2002년 대회에서 16대의 차량이 전년도 기록을 갱신하는 성과를 내는 등 기술력을 입증 받아 10년 동안 공식 타이어 스폰서로 활동할 수 있었다.

금호타이어는 “1992년부터 F3 유로 시리즈, 르망시리즈, 슈퍼GT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면서 많은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모터스포츠 대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을 함께 높여 F1 공식타이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잔드보르트=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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